[脫원전 로드맵]원전 2038년까지 14기로 축소(종합)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신규 원전 6기 백지화·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원전 중단 비용 '한수원'이 보상…해체산업 중심으로 사업구조 개편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재개와 에너지전환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정부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존중해 공론화 기간 중단됐던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이를 위한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원자력발전 감축 등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4일 서울정부청사 브피링실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방침과 에너지전환(탈원전)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했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여부가 확정된 만큼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아직 건설 장소나 이름을 정하지 않은 2개 호기 등 총 6기의 신규 원전 계획은 백지화한다.

이와 함께 2038년까지 수명이 만료되는 노후 원전 14기는 수명연장을 금지하고 월성 1호기는 전력수급 안정성 등을 고려해 조기 폐쇄할 예정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체적인 전력수급 계획을 살펴보고 올해 말 발표 예정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나오는 대로 폐쇄 시점을 검토하겠다"며 "조기 폐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과 지역 주민들이 수용할 수 있도록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원전은 2017년 24기에서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등으로 단계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또한 원자력발전의 안전기준 강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기 위한 투자 확대, 사용후핵연료 해결방안 조속히 마련 등 공론화위가 권고한 건설재개 보완조치들을 향후 정부 정책에 충실하게 반영하고 추진키로 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은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원전의 단계적 감축 과정에서 적법하고 정당하게 지출된 비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계부처 협의 및 국회심의를 거쳐 기금 등 여유재원을 활용해 보전하되 필요 시 법령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지난 7월14일 한수원 이사회 의결에 따라 계약·협력업체가 일시중단 기간 중 지출한 비용은 한수원이 업체와 협의를 통해 보상할 계획이다. 다만 구체적 보전 범위와 규모는 한수원과 계약·협력업체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일시중단 이전 진행 중이던 토지보상과 집단이주,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법에 따른 지역지원금, 한수원과 지역과의 합의에 따른 지역상생 합의금 등은 당초 계획 또는 합의에 따라 집행한다.

정부는 에너지전환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지역과 산업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보완 대책도 강구키로 했다.

아직 확보하지 못한 원전 해체 기술을 개발하고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해외 원전해체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원전수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사우디, 체코, 영국 등에 대해 정상회담과 장관급 양자회담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재생 이익공유, 온배수 활용 사업 등 주민, 지자체가 참여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올해 중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세부 시행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아울러 한수원은 원전안전운영과 해체산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기타 신규사업 발굴 추진을 검토할 계획이다.

백 장관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 총력을 다 할 것"이라며 "후속조치 및 보완대책 이행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탈원전 정책이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할 수 있냐는 지적에 대해 "노후 원전에 대한 점검을 통해서 그 기준에 미달하는 원전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지켜보도록 하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