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법원이 지난 2015년 합병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이로써 두 회사의 합병이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일부 소액주주들의 주장도 잦아들 것으로 전망돼 통합 삼성물산에 상존하던 리스크도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 원고측 주장 모두 기각= 재판부는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불법, 불합리한 사유가 없었던 만큼 원고(일성신약 등 소액주주 4인)의 주장을 기각하고 소송비용 역시 원고 부담으로 한다"고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원고측이 제기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당한 합병 목적 ▲합병비율 불공정 ▲합병 절차 위법성 ▲구 삼성물산 자사주의 KCC 매각 ▲국민연금 공단의 불법 의결권 행사 ▲공시위반혐의 등 6가지에 대해 모두 원고 패소 기각 결정을 내렸다.
국민연금 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도 국민연금 내부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국민연금 공단의 의사표시 하자인 만큼 주총 결의 자체를 무효로 할 수는 없다고 판결내렸다.
◆삼성물산, 불공정 합병 멍에 벗어= 두 회사는 지난 2015년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의 비율로 합병했다. 이에 대해 2016년 2월 일성신약 등 일부 소액주주들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의 주가를 하락시켜 삼성 오너 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줬다"며 합병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해당 소송에 대한 선고를 내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재판부는 판단을 뒤로 미뤘다. 당시 진행되던 수사 과정에서 삼성물산 합병이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이후 재판부는 7월경 다시 한번 선고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일성신약측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의 형사재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재판부는 이 부회장 등에 대하 1심 판결을 분석한 뒤 선고하기로 결정했다.
재개된 변론에서 합병 무효를 주장하던 일성신약측은 지난달 18일 최후 변론에서 사건을 화해·조정으로 마무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병강 일성신약 회장이 "법원 판결이 아닌 당사자 사이의 원만한 조정과 화해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일성신약측은 재판부에 참고자료 형태로 이같은 의견서를 별도 전달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물산측은 "합병 무효 소송은 화해나 조정 등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재판부의 선고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합 삼성물산, 상존하던 리스크 벗어 던져= 법원이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며 삼성물산은 지난 수년간 불공정한 합병으로 소액주주 및 국민연금 등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벗게 됐다.
합병이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주주들의 이익과 무관하게 진행됐다는 일부 소액주주들의 주장도 잠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재판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서도 특검측이 삼성물산 합병을 '대가'로 보고 있는 만큼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성신약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제기해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주식 매수청구권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성신약을 비롯한 원고들이 항소를 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측이 제기한 주장을 모두 기각한 만큼 소송 비용에 대한 부담도 상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합병 무효 소송 1심에서 승소한 것은 재판부가 당시 합병 과정이 합법적이면서도 공정하게 진행됐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일성신약측이 최후 변론에서 화해와 조정을 바란다고 얘기한 만큼 1심에서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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