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까지 날아든 대남전단…본지 기자, 서울시내서 찾아다녀보니
종이질ㆍ인쇄상태 좋아져
간첩이 南서 제작 가능성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안에서 60여장의 대남전단 ‘삐라’가 발견되는 등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북한의 주장을 담은 전단지들이 쉽게 눈에 띄고 있다. 이들 삐라는 종전과는 다르게 국내에서 제작한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종이질이나 인쇄상태가 정교하다.
18일 오후 본지 기자가 직접 서울 도심에서 대남전단을 찾아 나선지 약 10분 만에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대남전단을 주웠다. 대남전단엔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과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미대사의 얼굴과 함께 이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쏟아낸 것으로 묘사했다. 발언의 출처는 확인되지 않는다. 또 ‘미국언론도 트럼프의 망발에 대한 비난 높아’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우리나라 뉴스전문채널 로고, 미국인 앵커로 보이는 여성 사진이 합성돼 있었다.
2시간여 동안 강서구, 양천구 일대에서 5개의 대남전단을 발견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철폐, 미군기지 환수 등을 외치는 ‘촛불시민’을 그려 넣은 대남전단도 수거했다.
일각에서는 대남전단의 잦은 출몰에 남한 내 고정간첩 등이 자체 제작해 살포한 게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서울 중구 을지로 인쇄 골목에서 30년째 인쇄소를 운영하는 60대 한 기업인은 전단지를 꼼꼼히 들여다보더니 국내에서 제작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종이가 음식점 광고할 때 쓰는 무게 100g/㎡짜리 아트지(紙)로 보인다”며 “글자체도 명조체, 고딕체, 고딕우사체(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고딕체) 등 우리나라 인쇄소에서 많이 쓰는 종류”라고 말했다. 여러 색으로 깔끔하게 인쇄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전의 질이 떨어지는 종이나 북한의 조악한 인쇄술로 제작된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인쇄업자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개인이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면서도 “중국에서 제작됐거나 북한이 중국산 종이를 이용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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