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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욕속부달(欲速不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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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논어(論語) 자로(子路)편의 얘기다. 하루는 공자의 제자 자하(子夏)가 찾아왔다. 정치길에 막 입문한 자하는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 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이에 공자는 무욕속(無欲速) 무견소리(無見小利)라고 충고한다. 서두르지 말고 작은 이익을 탐내지 말라는 얘기다. 이후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 답한다. 빨리 하려고 하면 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편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맹자는 제자 공손추에게 왕도에 대해 설명하며 '발묘조장(拔苗助長)'의 지혜를 전한다. 중국 송나라에 한 농부가 자신의 논에 심은 벼가 다른 사람의 벼에 비해 빨리 자라지 않는 것이 안타까워 매일같이 논에 나가 모를 살펴본다.

결국 벼가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줘야 겠다는 생각에 순을 잡아 빼보니 다른 사람의 벼보다 더 자란것 같았다. 집에 돌아간 농부는 자신이 한 일을 식구들에게 자랑했다.이에 놀란 아들이 황급히 논으로 달려가 보니 모두 말라죽어 있었다.

청나라 시절 마시방(馬時芳)이 쓴 박려자(朴麗子)에는 어리석은 귤장수 얘기가 실려있다. 해질 무렵 귤 장수가 귤 한짐을 잔뜩 지고 성문을 향해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성문이 닫히기전 닿지 못할까 서두르던 그가 지나가던 행인에게 성문이 닫히기 전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를 묻는다.
행인은 "좀 천천히 걸으면 성안에 들어갈 수 있지요"라고 대답한다. 귤 장수는 행인이 자신을 조롱하는 것으로 여겨 더 빨리 걷다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진다. 결국 귤을 다시 주워 담아야 했던 귤장수는 성문이 닫히기 전 성에 도착하지 못한다.

서양에서도 같은 지혜가 전해진다. 19세기 영국의 진화 생물학자 헉슬리 교수가 대영학술협회 모임에 참석할때다. 기차 연착으로 시간이 촉박했던 헉슬리 교수는 기차를 내리자 마자 마차를 잡아타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빨리 갑시다!"

마부가 채찍을 휘두르며 마차를 몰기 시작했고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한참을 내달린 뒤 헉슬리 교수는 자신이 목적지를 얘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말한다. "자네 지금 어디로 가는가?" 마부의 대답이 걸작이다. "모르겠습니다. 그냥 시키시니 빨리 달리고 있답니다."

최근 '탈원전 정책', '재벌 구조개혁', '적폐 청산' 등 주요 현안들은 백년대계라 할만큼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것들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대체 에너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원전 건설부터 중단하고 재벌 개혁을 서두르다 보니 정부가 기업들이 알아서 해야 할 부분까지 과도하게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를 수술대에 바로 눕히는 의사가 있다면 우리는 그를 '돌팔이'라 부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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