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여행만리]단풍잎 흘러내린 물소리 들리나요

최종수정 2017.09.27 11:04 기사입력 2017.09.27 11:00

가을 품은 강원도 횡성-단풍잎 쉬어가는 원시림 폭포와 사람과 자연이 키운 미술관자작나무숲

물소리가 봉황의 울음소리를 닮았다는 발교산 봉명폭포에 가을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단풍잎 흘러내려 다리쉼을 하고 있는 왼편에 또 2단 폭포가 이어진다. (위 사진) 아래 사진은 횡성 여정에서 만난 가을 풍경들-황금빛에 물든 들녘, 미술관자작나무숲, 노을에 물든 횡성호숫길 코스모스, 봉명폭포가는길, 호숫길 물그림자, 가을하늘 아래 참깨 수확하는 부부, 야생화 핀 미술관자작나무숲.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황금빛 들판은 가을을 듬뿍 품었습니다. 쪽빛 하늘은 손가락만 대도 푸른 물감을 쏟아낼 것 같습니다. 산정의 나무들은 단풍잎을 하나 둘 매달기 시작했습니다.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때입니다. 이번 여정은 강원도 횡성입니다. 떨어지는 물소리가 봉황의 울음소리를 닮았다는 발교산(998m) 봉명폭포입니다. 횡성에서 가장 큰 폭포입니다. 30m높이에서 떨어지는 3단 폭포는 웅장합니다. 발교산에서 봉명폭포가 가장 우선이겠지만 숲길도 대단합니다. 예전엔 오지 중 오지로 불리며 화전민들의 생활터전이었기도 합니다. 힘들지 않은 길이지만 휴대폰은 불통입니다. 세상과 단절을 의미합니다. 활엽수가 성성한 원시림엔 양치식물인 관중이 마음껏 잎을 펼치며 산비탈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 계곡은 이끼천국입니다. 이처럼 봉명폭포 가는길이 원시림이라면 사람 손과 자연의 힘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숲도 있습니다. 미술관자작나무숲입니다. 주인장이 수십 년 동안 화학비료 없이 손수 가꾼 숲입니다. 그래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도 소중합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비밀 같은 풍수원성당의 고요하고 성스러운 느낌도 가을과 잘 어울립니다. 파란하늘 비친 횡성호숫길도 걷기 좋고 태기산과 숲체원도 그만입니다. 먹거리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한우가 먼저이겠지만 안흥진빵도 그 못지않습니다. 마침 안흥면에서 진빵축제도 열린다고 하니 이 가을 횡성여정은 한층 풍성할 듯합니다.

발교산으로 간다. 횡성군 청일면과 홍천군 동면에 걸쳐 있다. 이름도 낯설고 사람 발길 뜸한 덕에 원시림 같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그 옛날 궁예가 봉화대를 설치할 만큼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이 산자락 북동쪽 절골에 '봉황 울음소리' 내는 폭포가 꼭꼭 숨어 있다. 횡성군에서 가장 큰 봉명폭포다. 폭포수 양쪽 기암은 짙푸른 이끼를 둘러 이끼폭포로도 불린다.

코스모스가 가을바람을 맞아 한들거리는 길을 따라 봉명폭포 트레킹에 나섰다. 산이 아홉 겹으로 둘러싸고 있다고 해서 '구접'이라 불리는 고라데이마을을 거쳐 간다. '고라데이'는 강원도 사투리로 골짜기란 뜻이다. 마을은 과거 6ㆍ25전쟁을 모르고 지냈을 만큼 오지였다. 지금은 화전민과 심마니 등 산촌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청일면 소재지를 지나 춘당초교 부근인 봉명4교가 트레킹 들머리다. 다리 건너기 전 왼쪽으로 뚫린 임도를 따라간다. 다리에서 10여분 오르면 발교산 안내문이 나온다.
명맥바위

여기서부터는 계곡과 나란히 뚫린 숲길이다. 원시림에 든 것을 환영이라도 하듯 휴대폰이 바로 불통이다. 그러자 길섶에 피어난 벌개미취가 반기며 길동무를 자청한다.

아직 초록빛이 성성한 초입의 숲은 저마다 다른 채도로 반짝이는 잎으로 풍성하다. 조금 더 숲길을 걷자 오른쪽에 거대한 바위가 나타났다. '명맥바위'다. 이름에 대한 전설 한 토막. 옛날 제비같이 생긴 명맥새가 바위벽에 집을 지었는데, 바위가 급경사가 되어 집이 헐어져 명맥새가 눈물을 흘리며 갔다고 한다.
바위를 지나면 고라데이 체험장소라는 안내판과 돌무더기가 나온다. 옛날 화전민들이 살던 흔적이라고 동행한 해설사가 말했다.

길은 곧 계곡과 능선으로 갈라진다. 왼쪽 계곡으로 방향을 잡았다. 봉명폭포를 거쳐 북서릉을 지나 정상에 이르는 길이다.

숲은 점점 깊어진다. 원시림에 가까운 숲은 한낮에도 어둑하다. 이 길에서는 탄성이 절로 터진다. 당단풍나무, 박달나무, 서어나무….활엽수들이 활개를 펴고 그늘을 만들고 있다. 그늘 아래는 고사리류의 양치식물인 관중이 마음껏 잎을 펼치고 있다. 생명력이 강해 양지나 음지 가리지 않고 잘 자라는 식물이다.

이끼바위를 타고 넘는 작은 폭포가 드문드문 눈 안에 든다. 끊어진 듯 이어지는 숲길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정글 탐험하듯 숲을 헤치고 가는 재미가 있다.

계류를 가로질러 나무 계단을 오르자 하늘이 뚫린다. 저만치 거대한 암벽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봉명폭포다. 비가 내린 덕분에 물줄기는 시원하게 쏟아진다. 그러나 말로만 듣던 봉황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아마도 장마철때 거대한 폭포수가 쏟아지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횡성 최대 폭포답게 위용은 대단하다. 짙푸른 이끼를 두른 검은 바위는 마치 폭포를 지키는 호위병처럼 보인다.
산정에서 내려온 단풍잎과 낙엽들이 폭포수를 타고 와 바위에서 다리쉼을 한다.

입구에서 폭포까지 40여분. 트레킹이 목적이라면 여기서 돌아서도 된다. 정상까지는 1.16㎞ 거리다. 산행은 다음으로 미룬다. 폭포 아래 너럭바위에서 앉아 여유를 부려본다.

발교산을 나와 우천면 두곡리 미술관자작나무숲으로 간다.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입장료는 2만원으로 비싸다. 여기엔 차 한 잔 값이 포함돼 있다. 입장료를 내면 우편엽서를 한 장 준다. 이걸 숲 카페에 내면 바리스타가 로스팅한 커피나 허브차, 메밀차 등을 내준다. 어찌 보면 부담스러운 가격이겠지만 숲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게 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숲은 원종호 관장이 수십 년 동안 손수 가꾼 곳이다. 20여년 전 생육이 좋지 않아 폐기하려던 자작나무 묘목 1만 2천여 주를 받아와 심었다.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며 기르고 가꾼 숲은 오랜 시간을 묵묵히 이겨내며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래서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 까지도 소중하다고 그는 말한다.
원종호 관장

갤러리는 원 관장의 사진작품과 화가들의 미술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숲이 주는 감동이 훨씬 크고 깊다. 자작나무와 야생화들이 어우러진 숲에 파묻혀 작품을 감상하거나 걷다 보면 몸이 치유되는 기분이 든다.

향긋한 차향을 맡으며 숲속 의자에 앉았다. 고양이 부부와 새끼들이 가을햇살을 즐기고 있다. 횡성의 가을이 성큼 내게로 다가왔다.

횡성=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면 경춘고속도로나 중부고속도로, 제2영동 고속도로 등을 타고가다 원주방향 중앙고속도로 횡성IC로 나오면 된다. 영동고속도로는 새말IC로 빠진다.

△먹거리=한우를 빼놓을 수 없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축협한우프라자다. 횡성축협에서 직영해 믿을 수 있다. 횡성읍 본점과 새말점, 둔내점이 있다. 횡성종합운동장앞에 있는 운동장해장국은 한우해장국과 내장탕(사진)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축제=찐한 추억! 빵 터지는 재미! 제11회 안흥찐빵축제가 10월 13일~15일까지 안흥면 안흥찐빵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국내 유일의 찐빵축제로 찐빵과 함께하는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안흥찐빵 주제관 및 찐빵 만들기 체험, 찐빵 많이 먹기 대회, 무료 시식 등 안흥찐빵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이 외에도 도리깨질, 민속놀이 등 농경문화 체험과 도깨비도로 체험, 코스모스 포토존, 추억의 영화관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안흥찐빵은 막걸리로 발효해 찰지고 구수한 맛이 뛰어난 서민의 대표 먹거리로 명성이 높다. 팥 특유의 맛과 향이 깊으며 전통방식으로 제조되어 현대인들에게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나게 한다. 안흥면사무소 앞에 있는 곳이 원조집으로 알려져있다. 안흥찐빵축제위원회 033-340-2703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오늘 본 뉴스

아시아경제 추천뉴스

리빙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