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은 여기서 시작한다. 무엇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가장 쉽게 떠올리는 단어는 '구조조정'이다. 여기에 사업을 앞세우면 하던 일을 정리하고, 인력을 앞세우면 직원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과는 일단 둘 다 비슷하다. 비용을 줄이니 회계상 효과는 극대화되고 구조조정을 단행한 최고결정자는 위기를 극복한 주역으로 포장된다.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한 동안 연락이 없어 문제없이 잘 살고 있나 싶었는데 안부 인사 후 돌아온 답변은 "저 회사 잘렸어요"였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최대주주인 사장이 자신의 회사 지분까지 은행에 맡기고 본업과 상관없는 호화 부동산 사업을 시작했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회사로 돌아왔단다. 사장이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급여를 줄이는 일이었고, 그 다음 직원 수를 3분의 1로 줄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억울함이 묻어나는 그의 목소리는 한동안 이어졌다.
시장의 실패든 정부의 실패든 알고 보면 시스템보다 사람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 과잉과 경제 버블을 해석하는 데에도 전통경제학보다 행동경제학 또는 사회심리학이 더 유용하고, 대다수가 목격해왔듯 과잉을 해소하는 과정은 언제나 책임과 권한이 없는 대다수에게 비인간적이었다. 재기의 기회는 전근대적 자기 과신과 착각에 빠진 극소수의 최고결정자에게만 주어졌다.
공존과 번영의 담론은 빠르게 바뀌고 있으나 직면한 현실은 여전히 굼뜨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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