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집회·시위 현장에 경찰 차벽과 살수차가 없어졌다. 현장을 경비하는 경력도 눈에 띄게 줄었다. 고(故) 백남기 농민의 죽음과 이후 이어진 시민사회의 노력이 경찰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은 백 농민의 사망 1주기다. 백 농민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서울 종로1가에서 경찰 살수차가 내뿜은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서울대병원에서 317일간을 혼수상태로 지내다 지난해 9월 25일 숨을 거뒀다.
이후 백 농민 유족과 시민단체 등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청장은 검찰 소환조사 없이 지난해 8월 퇴임했다. 사과 또한 없었다.
경찰의 공식 사과는 정권교체 후에나 나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6월 16일 경찰개혁위원회 발족식 모두발언에서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유명을 달리한 백 농민과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함께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백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지 581일만이다.
실제 23일 서울 중구 광화문광장에선 열린 백 농민의 추모대회에선 차벽과 살수차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추모대회는 주최 측 추산 3000명(경찰 추산 1500명)이 운집해 대규모로 진행됐다.
경찰 또한 교통경찰 외에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집회 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참가자와 경찰의 실랑이도 이날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찰은 당초 47개 중대 3800명 투입을 계획했다.
이날 추모대회에 참석한 백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씨는 "경찰이 인권경찰로 거듭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단 사실을 언론으로 접하고 있다"며 "순수하게 잘못을 뉘우친 것인지, 원하는 것 얻기 위한 것인지 알기 어렵지만 옳은 방향이라면 지지한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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