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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속 고구려]①일왕은 왜 10월 조기총선을 앞두고 '고구려 신사'를 찾아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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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신사에 붙어있는 '고구려신사' 현판. 고마신사는 7세기, 고구려 왕족이던 고약광을 신으로 모신 신사다.(사진=위키피디아)

고마신사에 붙어있는 '고구려신사' 현판. 고마신사는 7세기, 고구려 왕족이던 고약광을 신으로 모신 신사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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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지난 20일, 도쿄도 인근에 위치한 사이타마(埼玉)현 히다카(日高)시에 있는 고마(高麗)신사를 참배했다는 소식이 일본 내에서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고마신사는 지난 7세기 고구려 유민이 세운 곳으로 일본 내에서는 물론 대외적으로도 한반도와의 역사적 유대관계를 상징하는 장소다. 특히 역대 일왕들이 참배한 적 없는 이 신사에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직접 찾아가 참배함에 따라 그 배경을 두고 대내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마신사는 흔히 '고려신사'라 불릴 정도로 일본 내에서도 고구려 유민이 세운 신사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고마신사에 모셔진 신은 고구려의 마지막 임금, 보장왕의 자손으로 알려진 고약광(王若光)이란 인물이다. 고약광은 서기 666년, 일본에 사신으로 파견됐으며 2년 후 고구려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하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대로 일본에 귀화했다.
지난 20일,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는 사이타마(埼玉)현 히다카(日高)시에 있는 고마신사를 참배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아키히토(明仁) 일왕 부부는 사이타마(埼玉)현 히다카(日高)시에 있는 고마신사를 참배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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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일본 조정은 고약광에게 벼슬을 내리고 '고려왕(高麗王)'의 칭호를 내렸으며 고약광을 비롯해 관동지역에 살던 고구려인 1799명을 지금의 고마신사 일대로 이주시킨 뒤, 이 지역을 '고려군(高麗郡)'이라 불렀다. 고약광은 사후에 고구려 유민들에게 '고려명신(高麗明神)'이란 이름으로 추앙받게 됐고, 약광과 함께 망명했던 고구려 승려인 승락(勝樂)이 '승락사(勝樂寺)'를 세운 후 약광을 승락사 내 산신각에서 산신으로 모셨다. 이후 약광의 후손들이 제사를 이어가 오늘에 이르렀다.

지난 2016년, 고마신사에서 고려군 건설 1300주년을 기념행사가 열린 모습(사진=위키피디아)

지난 2016년, 고마신사에서 고려군 건설 1300주년을 기념행사가 열린 모습(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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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와의 강한 역사적 유대관계를 상징하는 곳이다보니 일본이 대륙침략을 꿈꾸던 메이지유신 시기에는 사찰을 일본식 신사로 바꾸라는 강요를 받기도 했다. 당시 일제의 신불분리령에 따라 메이지 정부로부터 승락사와 불상들을 파괴하겠다는 협박을 받자 할 수 없이 불상을 보존받는 조건으로 신사로 탈바꿈했다. 이러면서 고구려인들의 산신이던 고약광은 일본 고마신사의 신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런 역사를 간직한 고마신사에 일왕이 역대 일왕 최초로 참배하다보니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참배 시점 또한 다음달 22일, 일본 조기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란 점도 특히 주목받는 이유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과거사 문제에서 대내외적으로 강한 비난을 받고 있는 아베 정권 입장에서는 압박으로 작용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고마신사 경내 모습(사진=위키피디아)

고마신사 경내 모습(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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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키히토 일왕은 그동안 자신을 '백제의 후손' 밝히며 한반도와의 역사적 유대감을 강하게 주장해온 인물이다. 지난 2001년, 일왕은 생일 기념 회견에서 8세기 제위했던 간무 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며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 밝힌 바 있다. 2004년에는 일왕의 당숙인 아사카노미야(朝香宮誠彦王)가 충남 공주시의 무령왕릉에 방문해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이어 이듬해인 2005년에는 일왕이 직접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전쟁을 벌인 동남아 각국과 남태평양 섬들을 순방하면서 조선인 희생자 위령비를 일부러 찾아가 묵념하기도 했다.

일본 왕실이 이처럼 한반도와의 유대를 강조하는 것은 과거 일제의 한반도 및 동아시아 일대 침략에 대한 반성과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사 문제로 경색된 한·일관계에 북핵 도발이 새로운 이슈로 작용하면서 긴밀한 공조체제 구축을 바라는 제스처로도 비춰진다. 일본 궁내청은 일왕 부부의 여행은 '사적(私的)인 여행'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내의 파장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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