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기분 꿀꿀한데 영화 한 편 보러 갈까.”
비장애인이라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찾아 갈 수 있는 영화관. 그러나 장애인에겐 여전히 영화 관람이 대단한 도전으로 여겨진다. 장애인 스스로 비장애인에게 불편을 끼칠까 영화관 찾는 것을 포기하기도 한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10년 전 장애인이 영화를 본다는 건 하나의 행사였다”며 “장애인은 거치적거린다는 핀잔을 들어가면서 영화를 관람해야 했다”고 말했다. 박김영희 대표는 “이제는 휠체어 장애인 좌석이 생겼지만 맨 앞 아니면 맨 뒷자리”라며 “맨 앞자리에서 영화를 보면 목이 아프다. 아직도 영화 관람은 단단한 결심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는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장애인들도 영화를 볼 수 있는 기대가 커졌으나 잘되지 않았다”며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 따르면 2014년 65.8%의 국민이 영화관을 찾았는데 장애인은 24.8%(장애인실태조사)만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는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 활발하게 도입 중이다. 김재왕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미국은 지난 1월부터 새롭게 장애인법을 시행하면서 디지털 영화 상영관에 대해 규모에 따라 자막 상영 장비, 화면해설 상영 장비 등을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또 “통신법에 따라 영화 제작자와 배급사에 자막과 화면해설 제작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안경을 통해 자막이나 화면해설 제공하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막이나 화면해설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영국은 영화관 측이 청각 장애인에게 개인형 보청기기인 ‘루프’를 제공하도록 하는 등 장애인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앱을 통해 영화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한다.
객석에서는 농아인들이 영화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스크린에 자막과 함께 수화통역을 화면을 띄워 달라는 제안이 나왔다. 한 뇌병변 장애인은 “맨 앞 아니면 뒤에 배치돼 있는 장애인 좌석을 중간쯤으로 옮겨달라”는 의견도 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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