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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공정위 업고 대기업에 후원금 뜯는 '국회 갑질'(종합)

최종수정 2017.09.14 14:01 기사입력 2017.09.14 14:01

[재계 겨눈 국회 갑질]청탁금지법 ·최순실 사태로 후원금 급감하자
국정감사 앞두고 기업에 공정위 끌어들여 노골적인 압박


[단독][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일부 국회의원들이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식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기업들이 민감해하는 국정감사 기간을 앞두고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구태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과 최순실 사태 이후 후원금이 줄어들자 노골적으로 기업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야당 소속인 A 의원실 보좌관이 B기업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B 기업의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오너가 지분율 변화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B 기업이 공정위에 확인해 본 결과 A 의원실이 공정위에 자료를 달라고 요구한 사실조차 없었다. 이런 압박은 다른 기업도 받았다. C 기업 관계자는 "현 정부의 대기업 저승사자인 공정위를 들먹이고 엄포를 놓은 다음 결국은 '(이러는 이유를) 다 알고 있지 않느냐'며 후원금 이야기를 꺼낸다"고 밝혔다. 국감 기간을 앞두고 몸을 사리는 대기업의 심리를 국회의원들이 철저히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이런 작태는 국회의원 후원금이 줄어든 것과 관련이 깊다. 지난해 9월부터 청탁금지법이 시행됐고 미르ㆍK스포츠재단 기부를 빌미로 최순실 사태가 기업들에 큰 타격을 입히자 기업들은 정치인 후원을 줄이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이 국회의원들에게 편법으로 후원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다. 현 정치자금법은 후원인 1인당 연간 2000만원까지, 국회의원 한 명에겐 500만원씩만 후원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개인자격으로만 후원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해당 기업과 상관없는 믿을 만한 지인에게 현금을 나눠주고 후원금을 대신 내도록 했다. 최대한 티가 안 나게 '쪼개기' 후원을 한 셈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복지공동모금기관에 지정기탁을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D 기업이 E 기관에 20억원을 기부했다면 10억원은 E 기관 예산으로, 나머지 10억원은 D 기업이 원하는 곳에 지정기탁 할 수 있다. 이때 국회의원 지역구와 연관된 사업에 기탁하도록 해 특정 의원에게 도움을 주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지원을 대부분 끊었다는 것이 재계의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10억원 이상 기부 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게 한 데 이어 대다수 그룹사가 후원금과 기부금 자체를 감축했다. 상반기 시총 상위 20개사의 기부금과 후원금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41.2%, 상반기 대비 12.2% 줄어들었다. 섣불리 정치권에 후원금을 냈다가 뇌물로 간주돼 된서리를 맞을 우려가 가장 큰 이유였다.
후원금이 줄어들자 국회의 기업 압박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국회는 국감 기간에 대기업 총수들을 증인으로 소환하는 데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 관련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이 총수 수십 명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해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며 "오너 일가 지분변동, 비상장사 공시위반 등 갖가지 이유를 들이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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