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앞두고 기업에 공정위 끌어들여 노골적인 압박
단독[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일부 국회의원들이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상식에 어긋나는 방법으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기업들이 민감해하는 국정감사 기간을 앞두고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구태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과 최순실 사태 이후 후원금이 줄어들자 노골적으로 기업 압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야당 소속인 A 의원실 보좌관이 B기업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B 기업의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오너가 지분율 변화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B 기업이 공정위에 확인해 본 결과 A 의원실이 공정위에 자료를 달라고 요구한 사실조차 없었다. 이런 압박은 다른 기업도 받았다. C 기업 관계자는 "현 정부의 대기업 저승사자인 공정위를 들먹이고 엄포를 놓은 다음 결국은 '(이러는 이유를) 다 알고 있지 않느냐'며 후원금 이야기를 꺼낸다"고 밝혔다. 국감 기간을 앞두고 몸을 사리는 대기업의 심리를 국회의원들이 철저히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복지공동모금기관에 지정기탁을 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D 기업이 E 기관에 20억원을 기부했다면 10억원은 E 기관 예산으로, 나머지 10억원은 D 기업이 원하는 곳에 지정기탁 할 수 있다. 이때 국회의원 지역구와 연관된 사업에 기탁하도록 해 특정 의원에게 도움을 주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지원을 대부분 끊었다는 것이 재계의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10억원 이상 기부 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게 한 데 이어 대다수 그룹사가 후원금과 기부금 자체를 감축했다. 상반기 시총 상위 20개사의 기부금과 후원금 규모는 지난해 하반기 대비 41.2%, 상반기 대비 12.2% 줄어들었다. 섣불리 정치권에 후원금을 냈다가 뇌물로 간주돼 된서리를 맞을 우려가 가장 큰 이유였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