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고문 내외의 중국 방문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오는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사전에 외교적 가교 역할을 할 인물로 부적합하다는 내부 반대 목소리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당초 이방카는 남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 함께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이달 중 방중하기로 하고 최종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중국은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최 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방카 부부의 방중을 성사시키고 이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미 외교력을 입증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방중을 앞두고 사전 준비 작업을 가족 일원에 맡기기보다는 공식 외교 라인을 가동하는 게 적합하다고 지적한다. 왕이웨이 중국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무역과 북한 문제를 놓고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 정부와 이런 복잡한 현안을 다룰 미국 측 파트너로 쿠슈너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분야에 보다 전문적인 외교관을 파견하는 게 낫다"며 "미국 대통령의 해외 순방 관련 업무는 통상 국무부 장관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이 맡아 왔다"고 강조했다.
쿠슈너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내통설'에 엮여 백악관 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점도 문제다. 류웨이둥 중국 사회과학원 미·중 관계 연구원은 "미국에서 신뢰 문제가 불거진 쿠슈너가 중국을 방문하는 건 적절한 타이밍이 아닐 뿐더러 그가 미·중 간 소통을 돕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만약 이방카 부부가 트럼프 방중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맡는다면 트럼프 가족만을 위한 은밀한 거래가 오갈 수 있다는 미국 내 의심과 걱정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류 연구원은 덧붙였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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