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간부 예약 757건 중 62%는 평일
단독[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지난해부터 잇따른 북한의 핵실험과 탄핵정국, 새 정부 출범 등 치안비상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직 총경급 이상 경찰 고위 간부들이 무더기로 경찰청 소속 골프장에서 평일골프를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평일 예약이 휴일보다 오히려 많아 경찰 지휘부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계급별로 보면 일선 경찰서장급인 총경의 평일 예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총경 계급으로 예약된 715건 가운데 452건(63.2%)이 평일이었고, 예약이 가장 많은 요일은 화요일(206건)이었다. 지난해 9월9일 금요일 북한의 5차 핵실험 당시에도 총경 5명이 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찰의 별'로 일컬어지는 경무관은 27건 중 16건(59.2%), 치안감은 15건 중 6건(40.0%)을 평일에 예약했다.
이같이 전국 11만명에 달하는 경찰관 중 상위 0.6%에 불과한 총경급 이상 고위 간부가 평일에 골프를 친 사실이 확인되면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상근무 상황에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의 복지를 위해 마련된 골프장을 고위직들이 평일에 이용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행위"라며 "사회 전반의 이완된 안보의식이 국민 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에까지 투영된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경찰 고위 간부의 골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5년 현충일 때 문을 닫은 경찰대 골프장에서 경무관과 현직 검사 등이 '황제 골프'를 즐기다 물의를 빚었고, 2013년에는 키리졸브 훈련을 앞두고 경남지역 한 경찰서장이 지역을 벗어나 골프를 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총경계급으로 예약한 대다수는 경정에서 총경으로 승진을 앞두고 아산에서 6개월간 교육을 받는 교육생들로 실제 총경이 아닐뿐더러 일선 치안현장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교육 중 수업의 일환으로 평일 골프가 진행된 것으로, 경찰서장의 평일 예약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무관급 이상 간부들 또한 평일 예약 대다수는 출근시간 이전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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