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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절벽 탈출, 역발상에 답 있다]"아빠를 돌려주세요"

최종수정 2017.09.13 11:20 기사입력 2017.09.13 11:20

상반기 육아휴직 11%만 남성
10년 간 100조원 쏟아부었지만 작년 합계출산율 1.17명 최악
정부 양육지원 OECD 최하위권…출산 친화적 여건 조성이 먼저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 육아휴직을 한지 한 달 째되는 만 4세 딸 쌍둥이 아빠 서후석(39)씨는 지난 11일 아이들을 위한 소풍 도시락을 직접 만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김밥을 말고 간식거리와 과일을 준비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아내의 직장이 지방에 있어 주말부부 생활을 하던 서 씨는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이 모습을 보고 육아휴직을 결심했다. 일요일 저녁이면 좀 더 같이 놀아달라는 아이들에게 "아빠 돈 벌어야 해서 서울에 가야한다"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경제적인 부분을 고민했다. 또 휴직을 마치고 왔을 때 경력도 생각해야 했다. 그러나 막상 육아휴직 관련 면담에서 담당 임원은 향후 복귀할 때 현재 거주지로 배치 할 수 있는지 까지 고려하겠다며 오히려 서 씨를 격려했다. 그는 "회사 내부적으로 장려하는 분위기가 있어 주변 후배들도 휴직을 쓴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아이를 유치원에 바래다주는 아침이 즐겁다"고 말했다.

# 유급 출산휴가를 쓰고 있는 김준호(31)씨는 기저귀 빨래부터 젖병 설거지, 장보기까지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김 씨의 회사는 30일 유급 출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는데 김 씨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18일 쓰고 이달 들어 2주 정도 쉬었다. 출산 후 100일 이내면 언제든지 끊어서 휴가를 쓸 수 있다. 김 씨는 처음 출산 이후 마냥 좋기만 했는데 아내와 함께 육아를 하면서 본인이 아빠로서 가져야 하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모유수유를 하느라 매일 지친 아내에 대한 고마움도 동시에 든다. 아기가 이따금씩 잠을 자지 않을 때면 아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밤을 지새우는 날도 있다. 아내를 혼자 두지 않아서 김 씨는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회사 내에서 30일 유급 출산휴가 1호자다 보니까 출산을 앞둔 분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면서 "다들 본인들도 앞으로 사용할 부분이라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남성 육아휴직제도 도입 22년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과도기를 겪고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제도라는 것은 알지만 눈치가 보이고 허용되지 않는 분위기 탓에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기 어려운 현실이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육아휴직자 10명 중 1명만 남성(11.3%)이었다.


서씨와 김씨는 직장 내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 탓에 마음 놓고 휴직을 쓸 수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남성들은 출산휴가 5일을 다 쓰기가 어렵다. 이보다 더 긴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꾼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홍모(39)씨는 "남자가 애를 키우러 간다는 얘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직장 분위기가 있다"며 "육아휴직을 누군가 얘기하면 '누구는 애 없냐' '누구는 애 안 키워봤냐' 이런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홍씨는 "가고 싶어도 못 가던 세대들과 법적으로 당연히 가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세대 간 이질감도 발생한다"며 "육아휴직 다 안 쓰고 있는데 왜 너만 쓰려고 하느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오모(31)씨는 "요즘엔 애 있는 사람보다 '딩크족'이나 '비혼족' '돌싱'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더 희귀해지고 있다"며 "직장 상사들도 아이 없는 후배들이 육아에 구애 받지 않고 일을 잘 하니까 이해하려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오씨는 "한 사람만 빠져도 '헉 소리' 나는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강제화하지 않는 한 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아빠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키울 수 없는 환경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둘째를 낳지 않거나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우리 정부는 10년간 100조원에 가까운 돈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부었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지난 10년래 최저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양육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로의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한국 정부 양육 지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박아연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작성한 'OECD 국가 합계출산율 트렌드 분석을 통한 정책적 함의 도출' 보고서 등에 따르면 가족 관련 지출은 1.13으로 OECD 평균 2.14에도 미치지 못 한다.

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핵가족화가 되면서 남편과 아내 둘이서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 대부분인데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로 엄마는 육아 고립감에서 벗어나면서 육아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지게 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며 "출산의 가치를 인정하고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닌 지역 사회 내에서 정책적 지원을 통해 다 같이 함께하는 양육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출산 장려적 측면보다는 출산 친화적 여건을 만듦으로써 저출산 극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동과 가족이 행복한 출산 친화적 여건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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