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국회' 캐스팅보트 국민의당 협조 필요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이 11일 국회에서 부결되자 청와대는 큰 충격에 빠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결이어서 충격을 받은 것도 있지만 향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개혁과제가 국회 문턱을 못 넘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라는 점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4당의 4각체제가 복잡한 함수 관계라는 걸(보여주었다)"고 말했다.
현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6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법률 465건을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한다. 여소야대인 국회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문 정부가 하려는 일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돼 있다.
문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사법권력 개편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보수 색채가 짙은 사법 권력을 진보로 교체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구상이지만 이번 헌재 소장 후보자 부결 사태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 임기 동안 대법관 13명 중 12명이 바뀐다. 지난 7월 상고와 성균관대 야간 학부 출신인 조재연 변호사와 여성 법관 출신인 박정화 대법관을 임명했고 앞으로 10명이 더 남아 있다. 대법관도 대법원장처럼 국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통과해야 대통령에 임명할 수 있다.
헌재 재판관의 경우 9명 중 8명이 문 대통령 임기 중에 교체된다. 당장 최근 낙마한 이유정 후보자를 대신할 후임 지명해야 한다. 또 김이수 재판관을 포함해 이진성·김창종·안창호·강일원 재판관 등 5명은 2012년 9월 20일 동시 취임해 내년 9월 19일이면 임기가 만료된다. 2019년에는 조용호, 서기석 재판관 후임자도 지명해야 한다.
당장 김명수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야당이 김 후보자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고 있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는 국회와의 소통을 통해서 문제를 풀어간다는 입장이다. 전병헌 정무수석은 김이수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산이 있으면 길을 열고, 물이 막히면 다리를 놓는 심정으로 뚜벅뚜벅 갈 것"이라며 "지금도 대화와 소통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고 대화와 소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에 대해서도 초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전 수석은 "야당도 말로만 협치를 얘기하지 말고 행동으로 협치와 실천 해주길 바란다"며 "국민들은 협치를 제발 바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무수석으로서 대통령 소통의지를 국회에 더욱 잘 전달하는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믿고 자질이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인사를 밀어붙이는 청와대의 인사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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