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비결은 '긍정의 힘', 필드에서도 기부할 때도 "마음 가는 대로", "10언더파 치고 싶어요"
[춘천(강원도)=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인생을 즐겨라(enjoy life)."
'브리티시여자오픈 챔프' 김인경(29ㆍ한화)의 좌우명이다. 실제 골프는 물론 기타와 피아노, 그림, 요가, 독서, 여행 등 모든 것에 능통한 팔방미인이다. 여느 선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필드의 철학자'라는 애칭을 얻은 이유다. 올 시즌은 메이저 1승을 포함해 시즌 3승을 수확해 필드에서도 톡톡 튀고 있다. 미국 일정을 잠시 중단하고 한화클래식에 출전한 그녀를 지난 3일 강원도 춘천에서 만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다가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2005년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에서 청야니(대만)와 박인비(29ㆍKB금융그룹)를 꺾고 우승하는 등 미국 주니어 골프계를 평정했고, 고등학교 3학년인 200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Q)토너먼트를 수석으로 통과했다. "미국 무대가 딱 맞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과시했다.
▲ "첫 우승이 더 짜릿해"= LPGA투어 통산 7승을 수확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에 대해 물으면서 지난달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예상했다. 2012년 4월 첫 메이저 나비스코챔피언십 최종일 불과 1피트(30.5cm) 파 퍼팅을 놓쳐 우승을 날린 악몽을 시원하게 털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 우승(2008년 롱드럭스)"이라는 의외의 답이다. "다 망친 줄 알았던 경기에서 이겨서"라는 설명이다.
▲ "통 큰 여자예요"= 최근에는 시원시원한 행보가 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2010년 11월 멕시코에서 열린 로레나오초아인비테이셔널 우승 직후 오초아재단과 미국의 자선단체에 우승상금 22만 달러(2억5000만원) 전액을 기부한 게 출발점이다. 그야말로 '통 큰 기부'다. "사람의 도리를 한 것 뿐"이라며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기부하고 싶었다"고 수줍은 미소를 곁들였다.
사실 나눔 활동에 앞장서는 선수로 유명하다. 2012년 김인경재단을 설립했고, 스페셜올림픽 홍보대사를 맡아 10만 달러(1억2500만원)를 출연했다. 어릴 적부터 어려운 곳을 먼저 살피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다. "어머니가 옷 장사를 하셨는데 남는 옷은 고아원에 보내셨다"며 "상금 기부는 부모님이 모르셨지만 아셨다고 해도 박수를 쳤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베어트로피가 갖고 싶은 이유"= 올해 목표는 자신의 데일리베스트 9언더파 경신이다. 12일 현재 다승 1위(3승)를 비롯해 올해의 선수 4위(122점), 상금랭킹 5위(108만5893달러), 평균타수 9위(69.79타)를 달리고 있지만 개인 타이틀경쟁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연습라운드에서도 10언더파를 작성한 적이 없다"며 "개인 최소타를 새로 쓰고 싶다"고 색다른 욕심을 드러냈다.
"상금퀸과 베어트로피(최저 평균타수상), 올해의 선수상이 눈앞에 있다면 어떤 게 가장 갖고 싶냐?"고 질문하자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베어트로피"라며 "이름이 멋져서요"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필드의 철학자' 답다. "어떤 목표에 연연하기 보다는 항상 꾸준한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대회에 나가 부끄러운 시점이 온다면 곧바로 은퇴를 고려할 것"이라는 각오다 .
춘천(강원도)=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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