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먹어도 크게 문제없다" vs 의사협회 "무조건 안심하면 안돼"
의료계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살충제 계란’ 위해성 평가에 대해 반박하면서 소비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식약처는 21일 ‘살충제 계란’ 위해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피프로닐에 가장 많이 오염된 계란을 매일 2.6개씩 평생동안 먹어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이번에 계란에서 검출된 5개 종류의 살충제(피프로닐·비펜트린·플루페녹수론·에톡사졸·피리다벤)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했다.
식약처는 또 1~2세 영아의 경우 비펜트린은 7개(유아 11개, 성인 39개), 피리다벤은 1134개(유아 1766개, 성인 5975개)를 먹어도 괜찮다고 주장했다. 추가로 발견된 에톡사졸과 플루페녹수론의 경우 검출된 계란을 매일 각각 4000개와 1321개까지 먹어도 인체에 해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의협은 이튿날 “전날 식약처 발표대로 살충제 계란이 인체에 심각한 유해를 가할 정도로 독성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안심하고 섭취해도 될 상황 역시 아니다”라고 밝혔다.
의협은 “살충제가 몸에 해롭다는 점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정부가 왜 저렇게까지 수치화한 내용을 발표했는지 의문”이라며 “문제가 된 살충제 성분이 시간이 지나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살충제 계란을 섭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만큼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가 국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발표하기보다는 조금 더 정확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계도 의협의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홍윤철 서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교수는 “장기 추적 연구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살충제 계란을 연령대별로 몇 개 이하로 먹어도 괜찮다’ 식의 식약처 발표는 오히려 국민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상희 호서대 임상병리학과 교수도 “만성 독성에 대한 평가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대한 추가적인 발표가 이뤄져야 정확한 유해도 평가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환경보건학회는 21일 성명서를 통해 “식약처와 일부 전문가 집단이 급성 독성이 미미하다고 주장한 것은 중요한 사실을 흐릴 가능성이 있다”며 “계란은 매일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1회 섭취나 급성 노출에 의한 독성만 문제되는 게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급성 독성의 미미함을 강조하지 말고 만성 독성 영향 가능성을 고려해 조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검출된 5종의 살충제에 대해 급성 위해도뿐 아니라 만성 위해도 평가를 실시해 내놓은 결론”이라며 “평생 매일 먹는 경우에 대한 위해도가 그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섭취 가능한 계란 개수는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지, 실제 수십 개에서 수천 개까지 평생 동안 매일 먹으라는 뜻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경제 티잼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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