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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동반성장!]①기술탈취 해결 없이 中企활성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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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만든 원동력은 경쟁의 효율성에 바탕을 둔 시장경제이며 불가능에 도전해온 기업가정신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ㆍ중기 간 불균형과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시장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추격이 불가능해진 시장에서 기업가정신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몰락하면 모든 경제성과는 대기업 차지가 된다. 동시에 사회ㆍ경제적 폐해를 복구하기 위한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청구될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성장과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전략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돌파구는 중소기업ㆍ창업 활성화뿐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경기장에선 희망이 없다.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중기 중심 경제를 표방했지만 용두사미의 기억이 우리에겐 적지 않다. 단기적 지원은 대증요법일 뿐이다. 경기장을 바로 잡고 성장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동반성장은 포기할 수 없는 시대가치다.

중소기업계의 숙원이던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에 기대가 크다. 새 정부와 중기부가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 할 핵심 분야 5가지를 뽑아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글 싣는 순서>
①기술ㆍ인력탈취 해결 없이 중기 활성화 없다
②임금격차ㆍ미스매칭 해소…일자리창출, 결국 중기다
③적합업종과 일감몰아주기…토끼가 사라지면 호랑이도 죽는다
④납품단가 후려치기…혁신의 유인인가 공멸의 요인인가
⑤공정한 시장 만들기…중기부의 역할과 공정위에 대한 기대
갑을관계 악용해 요구한 뒤 직접생산, 중기는 눈뜨고 코베인 셈
법률 보호장치 허술…법적대응 나섰다간 보복 당해 문 닫을수도
처벌 수위 높여야…권고안 아닌 시정명령 도입을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김대섭 기자, 김유리 기자, 정동훈 기자] #3년전 굴지의 대기업 L사는 납품업체 A사에게 배터리 라벨 제조 기술자료를 여러 차례에 걸쳐 요구했다. 납품관계가 끊길까 두려워한 종업원 7명의 영세업체는 핵심 자료를 L사에 넘겼다. 그런데 L사는 돌연 납품관계를 끊고 자사의 중국 법인에게 기술을 넘겼다. 중국 법인은 이 기술을 활용해 배터리 라벨 제조 시설을 설치하고 직접 생산에 돌입했다. L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부과 조치를 받고 검찰에 고발됐다. 소위 '갑을관계'를 악용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한 대표적 사례다.

중소기업에게 기술은 목숨과 같다. 대기업에 비해 자본력과 판매력이 열악한 상황에서 차별화된 기술력 하나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 그런 중기의 기술은 대기업에게 탐스러운 먹잇감이 된다. 법률적 보호장치가 허술하다는 점을 악용해 각종 편법을 동원하고 '납품권'을 무기로 강제적 기술탈취가 횡행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기술탈취가 엄연한 불법임에도 현실에선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납품권 상실을 우려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고 법적으로 대응할 경우 보복조치가 가해져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

더욱이 대형 로펌을 앞세운 대기업이 소송으로 시간을 끌 경우, 엄청난 소송비용과 패소 가능성을 우려한 중소기업이 불리한 조건에 합의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제 앞선 L사의 경우도 공정위에 사건이 접수된 지 2년 만에 제재조치가 이루어졌다.

[다시,동반성장!]①기술탈취 해결 없이 中企활성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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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환 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장은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해 정부가 법률을 만들고 중재 제도도 운영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힘들게 개발한 기술을 탈취했다면 당연히 상응한 처벌을 가해야 하며, 기술분쟁조정ㆍ중재위원회의 운영에 대한 제도 전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기술 분야의 불공정거래는 크게 기술탈취와 기술인력 유출로 나눠볼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의 '2016 중소기업 기술보호 수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3년간 기술탈취ㆍ유출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그 건수를 조사했더니 58건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 1곳 당 평균 1.12건의 기술탈취ㆍ유출 경험이 있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 수준에 대해 응답업체의 35.5%가 '취약', '위험'이라고 답했다. 상당수의 중소기업이 기술유출 가능성을 두려워하며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IT 관련 제품을 제조하는 B사의 경우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핵심 인력 2명이 기술자료를 유출해 큰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해당 기술을 들고 다른 회사에 입사해 제품을 생산하다 적발됐다. 기술을 빼앗는 것도 문제지만 대기업이 핵심 인력들을 '단체로' 빼가는 일은 더 심각하다. 대기업과 당사자들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내세울 경우 법적으로 대응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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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러한 기술탈취ㆍ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4년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중소기업기술보호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소송보다는 중재ㆍ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에서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ㆍ중재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를 펼치고 있다. '기술보호 전문가 상담 자문' 사업을 통해 보안 및 법률 분야별 전문가가 보안 취약점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준다. 정보유출 예방과 이상 징후 탐지 내용을 신속하게 알려주는 '기술지킴서비스'도 있다. 공개하지 않고도 핵심 기술의 보유사실을 입증해 보호할 수 있는 '기술자료 임치제도'는 상시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고 그 수위도 낮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기술탈취는 피해 규모가 크고 잠재적 수익창출의 기회도 빼앗는 것이지만 피해 기업에 대한 구제는 열악한 수준"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있지만 법원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기술자료 및 피해 사실 입증이 어려워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에게는 존폐의 문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들은 소송 결과에 대한 애로사항(중복응답)으로 '증거자료 제시, 입증 어려움'(71.5%), '소송비용 지출 큼'(50.0%), '손해 배상액 적음'(42.9%) 등을 꼽았다. 피해 입증 책임을 피해자인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에게 묻도록 하는 제도개선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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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혁신을 통해 이루어낸 기술력의 과실이 대기업에게 돌아간다면 강소기업ㆍ히든챔피언 등 중기활성화 비전은 사실상 공염불이다. 중소기업을 키워 괜찮은 일자리를 늘이겠다는 전 정부적 목표도 이룰 수 없다. 새로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인 '기술탈취'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이유다.

조주현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 기술인재정책관은 "중소기업들이 법을 통해 기술탈취 분쟁 등에 대한 조정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대기업의 경우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는 조정안 자체가 행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 수준인데,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집행력이 있는 시정명령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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