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직후 첫 현장방문 일정으로 ‘근로감독관과의 대화’를 택했다. 통상 역대장관들이 노사단체나 현장사업장부터 찾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 행보다.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게 하겠다'는 새 정부의 국정목표에 발맞춰, 노동행정 현장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그는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등 노동상황판을 집무실에 걸어놓고 수시로 챙기겠다”며 “근로감독관들도 ‘노동경찰’이라는 책임감과 자긍심을 가져달라”고 독려했다. 또 “현장에서는 근로감독관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사후적인 임금체불 사건처리에 매몰돼 있다시피 하지만 실제 체불은 늘고 있고, 현장 근로감독의 전문성도 높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다”고 강도 높은 혁신을 주문했다.
다만 김 장관은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근로감독관 충원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여기에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969명)는 1000명에 육박한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한 한국의 사고사망만인율은 0.58로, 통계를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4개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노동조합 결성을 막거나 부당 해고·징계하는 등 사용자측의 부당노동행위도 심각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일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를 강력처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를 관리·감독하는 근로감독관 수는 지난해 기준 1282명에 불과하다. 감독관 1명당 담당해야 하는 근로자 수는 무려 1만2500명, 사업장은 1450곳에 달한다. 사전예방조치는커녕 1년 평균 신고사건(인당 282건)을 처리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 현장의 하소연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살피는 산업안전감독관 역시 400명에 못미친다.
문재인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 당시 노동경찰인 근로감독관을 500명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이 같은 인력난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한국노동연구원은 2015년 말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1310명의 충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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