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를 알고 있다=198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나호열의 신작 시집. 쓸쓸한 정서를 기반으로 마주한 세계를 부수고 다시 쌓아올린 시 예순네 편을 실었다. 무너뜨린 폐허에선 존재에 대해 묻는 노랫말의 노래가 들리는 듯하고, 새롭게 쌓아올린 곳에선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정서가 노래로 시작된다. 시인이 사물과 풍경 사이를 거닐며 갖는 연민은 우리가 시집에서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연민과는 조금 다르다. 상처와 슬픔을 수긍하는 방식에서도 놓치지 않는 따뜻함이 시인의 시 안에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몰락’은 소멸로 향하는 선택이 아니라 ‘시작’으로 나아가는 시인만의 쓸쓸한 희망이다. 턱을 괴고 무너지는 상상을 하는 동안, 어딘가에서 싱싱한 것이 새롭게 자라난다. 이 시집은 이토록 고요하고도 시끄러운 세계를 거닐게 만든다. (나호열 지음/문학의전당/9000원)
◆시를 읽는 오후=최영미 시인이 젊은 시절에 읽었던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연애시, 독재와 관습과 위선에 맞서 싸운 유럽 최초의 ‘아이돌’ 바이런의 시는 물론, 1980년대 대학가에 울려 퍼졌던 밥 딜런의 노랫말, 입시에 시달리는 수험생들을 보며 떠오른 인도의 시성 타고르의 기탄잘리까지 치열하고 아름다운 시대의 궤적을 함께해 온 기록이다. 지은이는 이렇게 썼다.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었다면, 글이 좋아서가 아니라 아마도 시의 힘 덕분일 게다. 시는 가장 짧은 문자 예술. 우리의 가슴속 허전한 곳을 건드리는 노래. 가볍게 날아다니다가도 심오하게 파고드는 이야기다. 좋은 시를 알아보는 눈이 늘어나기를 빌며 인사를 마치련다. 시를 읽으며 이 지루하고 시시한 인생을 건너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좋겠다. 시를 읽는 오후, 당신은 이미 아름답다.” (최영미 지음/해냄출판사/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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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연봉 1위는 민희진…노예 계약 없다" 정면...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