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여는 진나라에 사자(使者)로 파견돼 전쟁의 위기를 막아냈다. 혜문왕은 이러한 공을 인정해 '상경'이라는 벼슬을 내렸다. 염파는 인상여가 자신보다 높은 자리에 오른 게 못마땅했다. "인상여는 단지 혓바닥만 놀렸을 뿐인데…."
"진나라가 감히 조나라에 군대를 움직이지 못하는 까닭은 두 사람(염파와 인상여)이 있기 때문이다. … 나라의 급한 일이 먼저다. 사사로운 원한은 나중의 일이다."
두려움 때문에 피한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염파도 뒤늦게 인상여의 깊은 뜻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훗날 깊은 관계로 발전하며 나라의 부강을 함께 도왔다. 염파와 인상여의 사연은 사자성어 선공후사(先公後私) 유래로 유명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최근 선당후사 발언으로 화제에 올랐다. 그는 지난 3일 "선당후사 마음 하나로 (8·27 전당대회) 출마의 깃발을 들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의 측근이 연루된 대선 증거조작 사건 때문에 정계 은퇴 위기에 몰린 바 있다. 안 전 대표는 지난달 12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지 22일 만에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안 전 대표의 선당후사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6월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의 일화다.
7·30 재보선에 중진들이 출마 움직임을 보이자 당내에 논란이 일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을 비롯한 정치신인들이 출마할 기회인데 중진들이 욕심을 낸다는 지적이었다.
안 전 대표는 당내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중진들이 선당후사 마음으로 임하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당시 선당후사 발언은 당 중진을 견제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3년 뒤 안 전 대표의 또 다른 선당후사 발언은 어떤 의미로 해석될지 궁금하다.
류정민 건설부동산부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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