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와 육아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으로 피로"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임신했을 때 배가 뭉치면 잠시 쉬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아이들을 교실에 두고 혼자 양호실에 가서 눕지는 못 하죠. 또 계속 서 있어야 하니까 다리도 많이 저려요. 뛰어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배 부딪힐 위험도 자주 있더라고요. 여러 명 아이들을 데리고 안전하게 교육하는 것 자체가 진이 빠지고 신경이 곤두 서는 일이죠." (30대 여교사 김모씨)
"수업 시간에 오래 서 있다보면 다리가 파래지는 건 기본이에요. 아이들이 친구들과의 관계나 다른 아이의 잘못을 고자질 하면서 엄청나게 질문을 하는데 답변해주는 것도 가끔 지칩니다. 또 주말엔 학부모가 전화로 아이 상담을 하길 원하는데 수업만 잘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학교생활 지도 문제까지 너무 머리가 아파서 차라리 자신 임용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에요" (20대 여교사 이모씨)
15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초중고교 교사 2000명(여성 1072명·남성 9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교원 건강증진정책 특정성별영향평가'에 따르면 여교사 11.6%가 자신의 건강 상태가 나쁜 편이라고 답했다. 남교사는 5.6%였다.
건강상의 문제나 증상을 질환별로 살펴보면 두통과 눈의 피로(71.5%), 어깨, 목, 팔 등의 근육통(65.4%), 전신 피로(56.5%), 요통(50.1%), 하지 근육통(43.1%), 불면증 또는 수면장애(27.8%), 피부(26.9%), 성대 결절(19.2%) 순이었다.
이를 토대로 심층 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교사들은 가사와 육아에 대한 부담과 책임감으로 피로를 느끼며 육아 후에도 운동단절로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또 여교사는 사회적 약자로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교권을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스트레스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김영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사라는 직업이 편할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밖에서 보기엔 문제가 적어보이지만 교권 침해나 가족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여교사들이 많다"며 "교사의 건강이 학생들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떄문에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학교보건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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