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인도 북한 대사 "美 군사훈련 중단하면 핵실험 중단 가능"

"트럼프, 군사적 수단 운운하며 계속 위협"…"핵보유는 존립권 수호 위한 불가피한 선택"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인도 주재 북한대사가 미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할 경우 북한도 핵ㆍ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계춘영 인도 주재 북한대사는 인도 방송 위온과 가진 회견 중 북한이 "일정 상황에서 핵ㆍ미사일 실험 동결 조건을 논의할 수 있다"며 "미국이 잠정적이든 항구적이든 대규모 군사훈련을 완전 중단하면 우리 또한 핵ㆍ미사일 실험을 잠정 중단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인터뷰 내용은 위온의 웹사이트에 21일(현지시간) 게재됐다.

계 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적 수단을 비롯해 많은 선택지가 있다고 말하는 등 계속 위협하고 있다"며 "이에 우리는 대화와 군사적 방법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정 상황에서 우리 요구조건이 충족된다면 무기실험 유예 조건에 대해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계 대사는 북한의 핵심 요구조건 가운데 하나가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임을 시사했다.

그는 어느 때라도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언제라도, 전제조건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논리적으로 생각해볼 때 작은 한반도 땅에 대량파괴무기가 필요하지 않다"면서도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존립권을 수호하기 위한 불가피하고 힘든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전쟁이란 핵전쟁을 의미하며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면 형제가 서로 죽이는 전쟁이 될 것"이라면서 "그러니 어떤 비용을 치러서라도 한국에서 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4년 인도에 부임한 계 대사가 인도 방송과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영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인도 마니팔 대학의 마다브 다스 날라파트 지리정치학 교수는 계 대사의 이번 인터뷰가 "북한 최고 지도자 김정은의 허락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 특히 미국에 대화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보수성향의 미국 폭스뉴스는 21일(현지시간) 국방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핵실험장에 사람과 차량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지하 핵실험장에서 새로운 활동을 탐지했다는 전날 CNN방송 보도에 이어 나온 것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