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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보르도와인과 원전

최종수정 2017.06.21 10:29 기사입력 2017.06.2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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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전 와인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 지방을 방문했을 때다. 지롱드강을 둘러보던 중 강 건너편에 거대한 발전소가 있었다. 원자력발전소였다. 현지 와이너리(양조장)관계자들에 "원전이 코앞에 있어 불안하지 않느냐"거나 "원전 들어설 때 반대는 안했냐"라고 물었다.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싸게 공급하는 데 반대할 이유가 뭐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프랑스는 미국에 이어 가장 많은 58개 가동 원전을 보유하고, 전력의 80%정도를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하는 나라다. 반면에 이웃인 독일은 탈(脫)원전을 선택하고 원전비중을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있다. 탈원전은 보기엔 거창하지만 청구서도 뒤따라온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안진의 분석을 보면 우리나라의 산업용, 주택용 전기요금을 100으로 했을 때 독일은 산업용은 우리의 3배가 비싸고 주택용은 1.5배 수준이다. 프랑스는 산업용은 우리와 비슷하고 주택용이 조금 더 비싸다. 역시 탈원전을 택한 이탈리아는 산업용과 주택용 모두 우리의 2.5배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탈핵과 탈원전 시대를 선포하자 진보진영과 시민단체, 환경단체들은 모두 환영일색이다. 탈원전 시대를 위해서는 고려요소가 많다. 중장기적으로 원전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면 신재생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태양광,풍력 모두 기존 발전소보다 발전단가가 비싸 보조금이 들어간다. 세금이다. 전력과소비를 줄이려면 산업용, 가정용, 업소용 요금을 올려야 한다. 요금인상을 말하는 데는 어디도 없다. 기업체가 사용하는 요금만 올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공장을 돌리는데 전기가 필수이기 때문에 요금인상이 수요억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정유 등의 대규모 장치산업에서 전력은 가격도 중요하지만 품질도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다. 삼성전자가 평택에 세계 최대 반도체공장을 짓기로 한 많은 이유중 하나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상 당분간 산업용 전력수요는 공장들이 문닫지 않는한 줄어들지는 않는다. 전력이 갑자기 부족해 유럽연합처럼 중국이나 일본 등 인접국가에서 빌려다 쓸 수도 없다.

원전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지만 원전이 들어서는 지역의 지방세 수입과 지역발전기금이 한순간에 사라지면 낙후된 지역경제에도 큰 타격이 된다. 당장 일부 지역에선 원전건설중단을 철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있다. 태양광은 물론이고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동해ㆍ서해ㆍ남해에서 모두 육상 풍력 발전하지만 사업후보지마다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것도 현실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기후변화시대와 글로벌 추세에 대응하는 것도 좋다. 이 모두 냉정한 현실이 기초가 돼야 한다.


이경호 산업부 차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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