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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야기]와인도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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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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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이긴 하지만 현대의 와인은 화학, 생물 등 기초과학과 포도재배, 발효, 숙성, 저장 등 관련 분야의 끊임없는 연구 덕분에 탄생한 것이다. 옛날의 와인은 과학의 도움 없이 시작됐지만 오늘날 와인메이커는 포도재배, 양조, 저장 등 모든 분야에 과학기술을 적용해 유사 이래 가장 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의 와인은 과학의 발전 덕분에 순수 효모의 배양, 살균 그리고 숙성에 이르는 제조방법이 개선됐고, 기계공업의 발달로 비교적 싼값에 대량생산돼 일반대중의 생활 깊숙이 침투했다.

옛날 와인은 오늘날과는 달리 우연한 발효의 결과물로써 양조과정에서 실패할 위험성이 아주 높았을 것이다. 이런 상태로 수천 년 동안 와인을 만들면서 당시의 와인메이커는 아무런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기술의 전수를 통해 배우고,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양조를 하다가 세밀한 관찰력에 운이 좋으면 샴페인과 같은 별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상품으로 와인이 시장에 나오게 되고, 이에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품질과 가격을 가진 와인을 경쟁적으로 만들면서 서서히 과학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과학적 와인 양조 원리는 18세기에 이르러 사람들이 어렴풋이 당분이 변해 알코올과 탄산가스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부터 시작됐다. 1860년대 루이 파스퇴르가 "미생물에 의해서 발효와 부패가 일어난다"는 획기적인 이론을 주장해 와인제조에 새로운 장을 열게 됐다. 19세기 말에는 효모(Yeast)가 생성하는 효소(Enzyme)에 의해서 발효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20세기 중반에 알코올 발효의 과정이 화학적, 효소 차원에서 완전히 해명된다. 이러한 과학적인 발견으로 와인산업은 순수효모의 배양, 살균, 숙성에 이르는 제조방법을 개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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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와인양조의 과학적인 바탕은 일찍이 마련됐지만 이를 와인 양조에 보편적으로 적용한 것은 1960년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반 유럽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신이 없었고, 2차 대전이 끝난 1950년대는 복구하기 바빴다. 비교적 여유를 갖게 된 1960년대부터 산업적인 와인 양조에 과학적인 방법이 적용되기 시작한다. 파스퇴르가 원리를 발견한 지 100년이 지난 다음부터다. 이때부터 새로운 타입의 착즙기가 등장하고, 발효 탱크는 스테인리스스틸 밀폐형 탱크로 대체된다. 그리고 발효온도를 제어하고 완성된 와인의 저온 보관 등에 의한 와인의 안정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과학적인 원리를 적용하는 데 보수적이었던 보르도의 1등급 와인이나 부르고뉴의 그랑 크뤼 와인이 1960년대에 가격이나 품질에서 혼란을 겪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와인 양조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 역시 1960년대부터 보르도대학의 에밀 페이노 교수와 캘리포니아 대학의 메이너드 애머린 교수 등을 비롯한 뛰어난 학자들의 노력으로 양 대륙에서 완성된다. 이때부터 와인을 생산하는 나라의 대학에서 와인양조학(Enology)과를 신설하며 전문 인력을 배출하기 시작했고, 와인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바로 현장에 적용시키면서 뛰어난 와인들이 생산됐다. 이제는 과학적인 지식을 모른 채 전통만 고집하면서 와인을 만들 수는 없다. 오늘날 와인은 이러한 오랜 전통과 자연과학이 빚어낸 걸작으로, 그 가치를 더욱 빛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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