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모두 재벌개혁을 외치는 강한 개혁적 성향의 경제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정권 초기 인사를 통해 재벌개혁 여론을 조성하고, 재벌들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이번 정부에서 부활한 정책실장은 경제ㆍ사회ㆍ일자리 등 국정 대부분의 어젠다를 총괄ㆍ조율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재벌개혁 대표주자인 장 교수가 정책실장이 된 것 자체가 대기업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김 후보자도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에서 장 실장과 함께 재벌개혁 운동을 이끌어 온 경제인사다. 특히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 4대 그룹의 조사를 맡았던 '공정위의 중수부' 조사국도 이번 정부에서 기업집단국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할 전망이다.
다만 초기부터 너무 강경한 개혁 기조를 내세우다간 대기업과의 관계가 아예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자리 창출 등에서 대기업과 협력해야만 하는 정부도 이를 의식했는지, '재벌 때려잡기'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장 실장은 "재벌개혁에는 '두들겨 팬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고, 김 후보자는 "재벌을 해체하자는 뜻이 아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잇단 재벌개혁 인사의 경제라인 기용으로 인해 재계의 긴장감은 한껏 높아진 상태다. 특히 새 정부의 재벌개혁이 고용과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걱정어린 시각도 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두들겨 패지 않겠다'는 초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봉걸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가 인사를 통해) 재벌개혁을 많이 이야기하면서, 재벌 쪽에서 우려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예전처럼 (재벌개혁을) 강하게 나가기 보다는 재벌은 인정하되, 부정적인 효과를 막는 규제로 간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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