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조용한 웨딩혁명③]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작은 결혼식'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작은 결혼식으로 일컬어지는 '스몰웨딩'. 스몰웨딩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효리-이상순, 원빈-이나영, 구혜선-안재현, 김태희-비 등 유명 연예인 커플들이 소규모 결혼식을 진행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일명 '스몰웨딩'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지난해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기혼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다시 결혼하면 예식 비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답할 정도로 스몰웨딩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는 추세다.
'스몰웨딩'은 경제적 비용 절감이 가장 우선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스몰웨딩이라는 이름만으로 '스몰웨딩=저비용'이라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스몰웨딩은 경제적 비용을 절감한다는 의미 보다 진정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하객들만 초대해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스몰웨딩을 준비하다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를 만나게 된다. 의미가 변색된 스몰웨딩이 문화가 퍼지면서 곳곳에서 적잖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조용한 웨딩혁명③]잘못하면 배보다 배꼽이 큰 '작은 결혼식'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에 비용을 아끼기 위해 셀프웨딩을 진행한 이지연(32세·가양동)씨는 오히려 비용이 더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셀프웨딩을 하려고 마음먹고 가장 먼저 생각한게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스드메' 세트를 직접하기로 결정했다"며 "직접 웨딩촬영할 때 입을 원피스나 커플룩은 인터넷에서 구매하고 드레스는 셀프웨딩촬영 업체를 찾아 대여했다. 촬영은 카메라전문점 대여에서 빌렸고 아는 지인을 통해 작가를 섭외했다. 장소는 그냥 바다가 보이는 곳이 좋을 것 같아 속초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직접 발로 뛴 까닭에 업체 소개 비용 등이 절약돼 비용을 아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스드메가 끝난 후 비용을 계산해보니 500만원이 소요됐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업체 통해서 하는 스드메가 최소 250만원이면 가능하다는 정보를 보고 망연자실했다"고 전했다.
전문가의 메이크업을 받고 브랜드 드레스를 빌려 입고 유명한 사진작가를 섭외해 촬영을 맡기는 셀프웨딩의 경우 오히려 일반 스튜디오 촬영보다 비용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웨딩업계 한 관계자는 "몰웨딩을 준비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특색 있는 웨딩을 준비해야한다는 부담감에 일반 웨딩홀보다 더 비싼 레스토랑을 대관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오히려 비싼 대관료와 음식값에 후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외국인 남자친구와 만나 결혼에 성공한 박희애(38세)씨 역시 무늬만 작은 결혼식을 치뤘다고 푸념했다. 그는 "레스토랑을 빌리는 대관료만 150만원을 지불했고, 식대도 일반 예식장의 3배 수준인 1인분 13만원에 달했다. 메이크업, 드레스 등 기타 비용까지 포함해 하루 결혼식 비용으로 1000여만원을 지출해야 했다"며 배보다 배꼽이 컸다고 설명했다.
해비치 야외가든웨딩

해비치 야외가든웨딩

원본보기 아이콘

이어 그는 가족과의 갈등도 전했다. 박씨는 "결혼은 길러주신 양가 부모님들과 지인들을 모시고 두 사람의 평생을 약속하는 자리인데 이걸 깨닫지 못했다"며 "소박하게 몇분만 초대해 치르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 순간부터 부모님과 갈등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몰웨딩의 부작용이 나타나자 전문가들은 원인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웨딩 시장 자체가 워낙 고가 형태로 형성돼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스몰웨딩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16 서울웨딩페어'에 참가한 업체 중 하객 50~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하우스 웨딩홀들의 대관료는 대부분 1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일반 예식장처럼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꽃 장식 비용도 물론 따로 지불해야 한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하객 인원이 줄어들면 웨딩 업체들은 식대나 꽃장식 가격을 일반 결혼식보다 높게 책정해 수익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몰웨딩 트렌드에 따라 유명 호텔들은 회의 공간으로 예삭장으로 개조해 비싼 대관료를 받기도 하는 상황이다.

스몰웨딩이 생겨난 이유는 '스몰' 즉 '작다'의 의미가 생산자나 소비자들에게 왜곡돼 알려져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진정한 스몰웨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의미에 걸맞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웨딩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

웨딩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도심에서 '하우스 웨딩홀'(집처럼 꾸며 놓은 소규모 예식장)’은 식대만 보통 800만원이 넘는다"며 "단순히 저비용이라는 생각으로 스몰웨딩을 고집하기보단 일반웨딩과의 비용과 부모님과의 갈등 등 모든 것을 따져보고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