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삼성물산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소액주주사에게 신사옥 건립 등 특혜를 제공하려 했다는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일성신약 채권관리팀장인 조모씨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정황을 설명했다.
조씨에 따르면 삼성 측은 당시 합병에 반대하던 일성신약 고위관계자를 찾아가 일성신약이 합병에 찬성하는 조건으로 신사옥 무료 건립과 주식 고가 매수를 제안했다.
조씨는 "삼성 측에서 일성신약 윤병강 회장에게 이 같은 제안이 온 사실을 알고 있냐"는 특검의 질문에 "알고 있다"며 "삼성물산에서 찾아와 합병에 찬성해주면 건설 비용을 받지 않고 신사옥을 지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일성신약이 삼성 측의 이 같은 제안을 거절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회장님이) 지나가는 말씀으로 일부 소액주주들은 손해를 보게 되는데 저희만 뒷거래처럼 해서 이익을 챙기는 게 정당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뒤로 보상받으면 언젠가는 문제가 될 거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조씨는 삼성물산이 일성신약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을 일반 주주들에게 공개적으로 제시한 1주당 5만7234원이 아닌 9만원에 사주겠다는 제안을 한 사실도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삼성 측은 일성신약의 보유 주식을 공식적으로 주당 7만5000원에 매입하고 그 차액인 1만5000원에 대해서는 4가지 방안을 통해 보전해 주려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조씨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조씨가 직접 경험한 내용이 아니라 회장을 통해 들은 얘기인 만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취지다.
또한 일성신약이 합병과 관련해 삼성물산과 소송을 진행 중인 사실도 지적했다. 삼성측 변호인단은 "일성신약은 현재 삼성물산을 상대로 수백억원대 소송을 2년 가까이 하고 있는 상대 당사자"라고 말했다.
일성신약이 삼성 측에서 이 같은 은밀한 제안을 한 사실을 소송 1심에서 밝히지 않고 항소심에서 밝힌 것도 패소한 후 소송에서 승리하기 위해 근거 없는 주장을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조씨는 "1심 재판 과정 중 말을 하지 않은 이유는 괜히 삼성물산을 자극하지 말라는 회장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회장님은) 당시 (관련) 서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실명을 거론하지도 말라고도 하셨지만 삼성물산에서 들어오는 반박 자료를 보시면서 좀 강하게 나가야겠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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