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주희정(40)은 은퇴하며 "농구를 원없이 한 것 같다"고 했다.
주희정은 18일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머릿속에 할 말을 다 담지 못했다. 혹시나 기자회견에 와서 말이 안 나올 것 같아서 밤새 적어서 왔다"며 종이를 꺼내 한 줄씩 읽어 내려갔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억에 남는 경기는?
-앞으로의 계획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휴가 끝나고 훈련할 거 같은 기분은 계속 든다. 그런데 이제 조금씩 준비하고 있고 비워야지만 제 이제 앞으로의 미래가 더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더 미래를 생각하려고 한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추억들을 사로잡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앞으로의 제 모습을 그리면서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가족들의 격려나 위로는 없었는지.
너무 오랜 프로 생활을 하다보니까 시즌마다 끝난 후에 똑같은 것 같다. 휴가 때 역시 그냥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잠시 돌아갔던 시절인데, 가장 지금 머릿속에 생각나는 것은 정규리그가 끝나고 저희 첫째 아이랑 둘째 아이랑 약속한 게 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가장 가슴이 아픈 것 같다. 첫째 아이랑 둘째 아이가 일년 만 더 선수생활을 하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더라. 꼭 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약속을 지켜 주지 못해서 정말 마음이 좀 남는 것 같다.
-애착이 가는 기록은?
정말 운이 좋아서 모든 기록들을 다 가지고 있지만 다 저에게는 소중한 기록들인 것 같고 다 애착이 가는 기록인데 특히 1000경기를 이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인 것 같다.
-앞으로의 생활은 어떨지.
은퇴한다고 해서 당장 변하는 것은 없고 시즌 때처럼 아이들이 학교, 학원 갈 때 데려다주고 평범한 가장 아빠처럼 지낼 것 같다. 놀이터도 놀러 가면서 지낼 거 같고 아내는 수고했다고 오빠는 조금 쉬어도 될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대한민국 아빠들은 다 똑같은 거 같다. 한 아내의 남편으로 어깨가 무거울 거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 일단 당분간은 아내가 쉬자고 이야기하는데 쉬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할 것이고 또 지도자 공부를 또 해야 되는 거니까. 원없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픈 말
저는 개인적으로 학창시절부터 정말 무식하게 훈련을 해왔고 프로 때도 슛이 없는 반쪽짜리 선수라고 들을 때도 주위에서 운동 그만하라고 말렸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노력을 한다면 행운이 올 거라고 믿고 열심히 했다.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었고 그런 스킬트레이닝을 통해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들이 많기 때문에 그냥 막무가내 노력하기보다는 생각을 하면서 실전에 뭐가 필요한지를 생각, 개발을 위해서 노력을 한다면 지금보다도 더 좋은 과거에도 훌륭하신 선배들이 많았지만 더 좋은 후배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할머니와의 추억
죽을 때까지 가슴이 아플 것 같고 늘 생각한다.
할머니를 경기 때마다 마음속으로 이기게 해달라고 도와달라고 빌었고 저는 할머니께 잘해드린 것이 없는 것 같은데 경기에 이기고 싶은 마음에 마음속으로 할머니께 경기 이기게 해달라고 빌었다는 것 자체도 이 자리에 서게 되니까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드는 것 같다. 늘 보고 싶고 이제는 할머니 얼굴 조차 머릿속에 생각을 하면 생각이 나지 않다. 그런데도 매일매일 보고 싶고 경기 때마다 기도하고 정말 전생이 있다면 나중에라도 제가 못 다 한 것을 사람은 언젠가는 하늘나라로 가기 때문에 나중에 나이 들어 할머니 곁으로 간다고 하면 그때서야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 뿐일 것 같다.
-아쉽거나 달성하지 못한 목표에 대해
원없이 한 것 같다. 20년 동안 원없이 한 것 같고 한 시즌즌마다 목표가 새롭게 생긴 것도 사실인 것 같고 기록적인 면에서 말씀 드리면 트리플더블 10번 채우고 은퇴하려했는데 올 시즌에 1000경기를. 1000경기를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900경기에서 1000경기 되니까 넘어서 또 NBA 기록을 깨는 것이 목표였는데 달성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 보다는 조금 미련이 남는. 그런 것 같다.
- 구체적인 지도자 연수 계획은?
아직 구단과 상의한 게 없기 때문에 차차 준비를 해나갈 것이고 당분간 이제 아이들과 즐기면서 저희 막내 아들이 농구를 놓아한다. 요즘 한국 농구 챔프전 끝나서 NBA를 계속 시청하고 있는데 아들하고 농구를 아직 1학년이지만 재미있게 농구를 할 생각이고 지금도 농구선수가 꿈이라고 이야기하고 조르고 있는 상태인데 아들에게 초등학교 5학년이 되도 꿈이 변하지 않는다면 키워주겠다고.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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