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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천의 막전막후]내 기억속의 문 대통령

최종수정 2017.05.15 10:31 기사입력 2017.05.11 13:24

박관천 본지 편집국 전문위원
[아시아경제 박관천 전문위원] 2006년 여름경으로 기억한다.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이다. 노무현 대통령 친인척이 지방의 전기공사 업자에게 공사를 수주 해주겠다며 금품을 수수한 첩보가 입수됐다. 보고받는 입장에서는 썩 기분좋치 않을 것이라는 것 정도는 익히 알고있던 터라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나 문제가 생기겠구나 싶어 보고했고 다소 고의적인 면피성 여름휴가를 신청했다.

며칠후 담당 국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휴가중 미안하지만 신속히 사실관계에 대해 전말을 가리고 피해가 있었다면 구제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지시였다. 휴가중 조사를 위해 눈치를 살피며 복귀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특별격려금까지 전달되어 있었다. 그 사건은 정무적인 판단을 제거한 채 객관적인 현지조사를 통해 엄격히 처리되었다.

또 다른 기억 하나. 2004년 9월 노 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러시아 방문이 예정돼 있었다. 일정을 얼마 남기지 않았던 시기 모스크바 주재 한국 외교관들의 성관련 사건이 도마 위에 올랐고 당시 필자를 비롯한 5명 정도의 현장 조사단이 현지조사를 위해 급파됐다. 대통령 방러를 앞 둔 상황인 만큼 현지 외교관들의 사기 등을 고려하여 온건하게 처리하자던 모 헌법기관장 의견도 있었지만 그는 단호했다.

결국 방러 종료후 당시 특명전권대사였던 러시아 대사는 지휘책임을 지고 사퇴하였고 관련자 전원은 감사원 징계위원회를 거쳐 엄중히 처리 되었다. 성문화가 개방적인 러시아의 특성을 고려 해 달라는 읍소도 있었지만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의 품위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것이 비서실장 문재인에 대한 기억이다. 비서실장에게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 비리는 민감하고 껄끄럽다. 애써 외면하거나 적당히 덮으려는 것이 관례였지만 그는 달랐다. 소신과 원칙주의자, 자신의 말을 상황에 따라 바꾸기 보다는 주관이 뚜렷하고 겉으로는 냉정하고 투박해 보이지만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으로 비쳤다.
그는 정치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런 그가 2012년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리고 2017년 전혀 정치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그가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이 되었다. '40년 절친'의 불행이라는 운명 이후 정치에 입문해 헌정사상 첫 현직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이라는 대한민국호의 위기상황에서 제19대 대통령이 되었다. 북핵문제, 미국 중국 등과의 외교문제, 경제 문제, 사회적 갈등의 치유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말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탕평과 국민대통합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그는 선거기간 전부터 패권주의자로 낙인찍혀 소속 정당이 분열되는 사태도 겪었다. 자신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이 그의 취임 일성(一聲)이었다. 그간 10년동안 그는 정치인 문재인으로 살았다. 푸시킨의 시가 떠오른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10년전의 문재인 보고 싶다.


박관천 전문위원 parkgc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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