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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에게 힘이 되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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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 써니사이드업의 달콤·살벌한 '유부 이야기'

사진=웹툰 '부부생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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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2년차. 작가 써니사이드업의 첫 작품인 네이버웹툰 <부부생활>은 사탕처럼 달달하고 코믹한 에피소드와 귀여운 남편 캐릭터로 매주 독자들의 월요병을 치유한다. 미혼 기자는 궁금했다. 그녀의 실제 결혼 생활도 이렇게 달달할까. 솔직당당한 그녀의 ‘결혼의 민낯’ 토크를 지금부터 따라가 보자.
<#10_QMARK#> 왜 결혼 생활을 주제로 작품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10_AMARK#>
처음에는 30대 여성이 대한민국 안에서 결혼이라는 제도로 들어오면서 처음 겪게 되는 어떤 문화적 충격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재미있게. 최근에 결혼한 제 친구도 그런 질문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남편 아침밥은 차려 주냐고. 그 친구도 되게 바쁜 친군데. 그러니까 그 친구의 감정을 저도 겪었어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제가 당연히 밥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남편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 데서 오는 어떤 갈등이 있어요.

남편은 그런 얘기를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또 그것 때문에 많이 싸웠고. 제가 괜히 막 남편한테 ‘나 힘들어! 오빠 아무것도 안 하잖아’ (그러면) ‘내가 언제 너한테 하라고 한 적이 있냐, 너가 안하면 내가 해.’ 그것마저도 섭섭한 거예요. 그래서 이런 내적 갈등을 만화로 그렸어요.
그런데 오히려 연재를 하면서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게 되었어요. 결혼 생활에 적응하면서 내가 이런 걸 안 해도 되는 건데, 어느 누구도 나한테 시킨 적 없는데 어떤 미디어나 사회에서 보여준, 그리고 내가 암묵적으로 교육받은 어머니상에 억지로 나를 끼워 맞추려 하고 있었구나, 깨닫게 된 거예요. 그래서 연재 후반에는 (만화에서) 그런 얘기를 조금 했어요. 서로 같이 해 나가자. 내가 괴롭고 스트레스 받아가면서까지 (집안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했죠.


<#10_QMARK#> 서로 맞춰가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10_AMARK#>
실제로 저하고 남편이 그런 식으로 조율을 해 나갔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제 남편은 착한 편이긴 해요. 정말 아무것도 기대 안 해요 저한테. (기대하는 건) 등 긁어주는 것밖에 없어요. 밥은 안 차려 줘도 등 안 긁어주면 섭섭해 하는 남자예요. 그래도 어쨌든 제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좀 더 기니까 제가 더 (집안일을) 많이 하죠.

제 스스로 많이 내려놓으면서 대한민국이 여자들에게 바라고 있던 여성상에 나를 끼워 맞출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 속 갈등을 얘기하고 싶었던 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결혼 전엔 사실 몰라요. 결혼 전에는 좋은 것만 보죠. 전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거든요. 신랑과 같이 살고 싶어서. 이 사람의 삶의 일부가 되고 싶었어요. 이 사람의 인생, 그 역사 속에 나라는 인생이 있었다는 것을 남기고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그 환상의 좋은 것만 보고 있다가 결혼을 하고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너무너무 사소한 문제들이 생겨가는 거죠. 그것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그렸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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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_QMARK#> <부부생활>이 ‘결혼장려웹툰’이라고 하더라고요. 댓글들도 보면 달달하다, 부럽다, 이런 결혼생활 하고 싶다, 이런 얘기들이 많잖아요.

<#10_AMARK#>
사실 전 결혼장려웹툰이라고 해서 좀 놀랐어요. 독자들은 막 ‘작가님이 너무 행복해보여요’라고 하는데. ‘내가 그랬었단 말야? 내가 그렇게 행복해 보여?’(라고 느껴요.) 막 알콩달콩하기만 한 건 아니거든요. 진짜 행복한 부분들만 추려서 그리는 거고.

물론 독자분들이 이런 얘기 들으면 그럼 다 거짓말이야?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건 아니에요. 소재는 차용하되 이걸 표현하는 방법이 생각을 많이 거친 거죠. 결혼이라는 게 만화랑은 또 달라서 오해의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호도되는 건 순식간이더라고요. 댓글에서 사람들이 싸우기도 하고.

저도 처음에는 생활툰이니까 있는 그대로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좀 지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제 일기장이 아니잖아요. 현실에서 겪는 갈등을 바로 그대로 그리기보단 이 얘기를 조금 다른 각도로 풀어서 사람들이 공감하고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작가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나 힘들어, 이게 아니라 아 그래, 이렇게 하면 참 좋겠구나, 우리는 나중에 결혼하면 이렇게 해야겠다, 생각할 수 있도록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때로는 이런 적도 있어요. 서방이 이렇게 얘기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을 담은 상황들을 그리기도 해요. 그럼 신랑이 보고 느끼죠. 아 이럴 때는 이렇게 얘기를 해야 하는 거구나, 하면서. 남자들한테 여자들이 원하는 화법을 알려주고 싶기도 해요. 남자들은 그런 거 잘 모르잖아요. 그리고 서방이 하는 행동들 중에 귀여운 것들 그리면서 좀 무뚝뚝한 남자들이 보고 아 이런 걸 여자들이 좋아할 수 있겠구나 (생각할 수 있게). 그래서 ‘남자친구 보여줬어요’ 이런 댓글들도 있던데 저는 그거 정말 환영해요.


“결혼장려웹툰이라고 해서 놀랐어요.
막 알콩달콩하기만 한 건 아니거든요.”



<#10_QMARK#> 생활툰은 사생활과 일의 경계가 모호한 측면이 있잖아요. 이걸 내가 그려도 되나? 이렇게 걱정되시는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10_AMARK#>
그런 고민을 항상 해요. 어떤 이야기를 아무 생각 없이 아 오빠 얘기 재밌다 그려야지, 했는데 글로 쓰고 정리를 해보니까 잠깐만 이거 이렇게 오해될 소지가 있네, 할 때가 많아요. 되게 많아요.

예를 들어 사위와 며느리 편에서도 그런 댓글이 달렸죠. 사위는 밥만 먹으면 예쁜 놈이지만 며느리가 가서 밥만 먹어봐, 예쁜가. 당연히 이런 고민이 있어요. 밥을 맛있게 먹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지만 그래도 가부장제라는 제도 안에서는 좋은 사위의 모습이 아닌가, 고민을 하죠. 그래서 조금씩 장치를 넣어요. 아버님 춤 좋아하세요? 이러면서 내가 웃기게 부채춤 추는 장면을 넣는다거나 그런 식으로 장치를 넣어서 사람들이 오해하거나 극단적인 측면만 보지 않도록 하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실제와 만화의 차이는 그런 거라고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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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힘들다는 얘기 하고 싶죠. 하지만 그런 얘기 하는 순간 신랑이 욕을 먹게 될까봐 그게 제일 어려워요. 어디서 어떤 얘기를 해야 욕먹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이건 예민한 부분인데 사실 메갈리아나 워마드에 대해서 저는 어떤 사회적인 계기는 됐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각하는 여자들이 있다.’ 예전엔 없었잖아요. 남자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부분을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랬으니까. 나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것들이 이렇게 읽힐 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얘기를 하고 싶어도 입을 닫게 된다는 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나도 사실은 (가부장제를) 바꿔야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건데 오히려 막 공격을 받으니까. 사위와 며느리 편에서 남편은 밥을 잘 먹어도 예쁘지만 나는 춤을 췄다, 이렇게 얘기하는 순간 한남충이라고 욕을 하고 ‘왜 그렇게 사세요? 왜 그래야 돼요 남의 부모한테?’ (댓글이 달리죠) 그렇기 때문에 표현을 할 때 한 단계 조정을 해야 돼요. 속 시원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회가 안타까워요. 언젠가는 솔직하게 얘기하고 싶어요. 여자들이 정말 힘을 낼 수 있게.


“나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 것들이
이렇게 읽힐 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10_QMARK#> 연애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이 어떠신 것 같으세요?

<#10_AMARK#>
연애할 때는 인간으로서 이 남자를 이해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하루는 나한테 차갑게 대하는 데 왜 이러는 건지 이해가 안 가서 싸우고 그랬거든요. 이튿날 되면 다시 잘해줘서 화해하고. 그러고 말았는데 결혼해서 항상 보니까 다 이유가 있어요. 신랑이 차가워질 때는 일 때문이든 무슨 화제가 있든 이젠 알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관계가 온화해지는지도 알 수 있어요.

인간으로 이해하게 되면서 연애할 때의 설렘은 당연히 없어지죠. 그렇지만 가족이잖아요. 차원이 달라지죠. 장기적으로 가야하는 관계니까요. 아이를 낳으면 또 달라진대요. 제 만화를 보고 아이 있는 주부님들은 ‘덜 살아봤구만’ 하시는데 그게 맞는 말이에요.


<#10_QMARK#> 아이를 낳으면 어떻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세요? 주변에서 어떻게 얘기하던가요?

<#10_AMARK#>
사실 아이 얘기가 많이 예민하긴 한데...이젠 정말로 가족인 거죠. 아이를 중심으로 서로 생각하게 되면서 같이 헤쳐 나가는 관계가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사실 신랑과 저의 삶이 그렇게 막 결속되어 있는 뭔가는 없어요.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면서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누리자, 이런 거지. 희로애락의 중심이 되는 뭔가는 없잖아요. 전혀 다른 거죠.

제가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제 아이와 제 남편의 투샷을 보고 싶어서일 거예요. 내 아이를 예뻐하는 신랑의 모습이 보고 싶어요. 너무 사랑스러울 것 같아요. 내가 사랑하는 두 피조물이 둥기둥기 하고 있는 장면이. 그런 얘기를 친구들한테 하면 그건 잠깐이야, 지금 그 장면을 보겠다고 아이를 낳겠다면 난 반대한다, 애들이 다 그래요.


<#10_QMARK#> 제 어머니는 맞벌이셨으니까 힘들지 않았냐고 여쭤보면 힘들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 키우면서 아이가 주는 행복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10_AMARK#>
저도 궁금해요. 저희 엄마도 자녀 키우면서 제일 행복했대요. 그 얘기 들으면 그럴까 싶다가도 약간 세대 차이 같다는 생각도 해요. 어머니 세대는 사실 여자가 막 사회 진출을 해서 성공하고 이런 거에 대한 열망이 없었잖아요. 우리는 그게 아니니까. 우리의 롤모델은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에서 남자와 똑같은 성공을 거둔 여자잖아요.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고 취업을 했는데 결혼을 하면 애엄마가 된다는 건 갭이 너무 클 수밖에 없죠. 부모가 자식 때문에 큰 행복을 누렸다고 해서 그 얘기를 그대로 공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다못해 고양이도 하루 종일 나만 바라보는데. 제가 나가려고 하니까 오늘도 자꾸만 머리통을 저한테 막 부비적거리면서 나가지 말라고. 책임져야 되는 거죠. 결혼하고 나니까 오히려 내가 다른 사람의 삶에 매몰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돼요. 신랑과의 관계도 제가 지금은 경제적으로 의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제가 신랑을 책임져야 하는 순간도 올 것 같아요. 나도 나의 영역을 확고하게 만들어 놔서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신랑이 나한테 의지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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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장기적으로 가야하는 관계…
다른 사람의 삶에 매몰되지 말아야”



<#10_QMARK#> 독자들 댓글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나요?

<#10_AMARK#>
많이 있어요. 그 중에서도 결혼 생활이 힘들다는 사람들의 댓글을 볼 때면 작가로서 약간 죄책감이 들어요. 나는 너무 힘든데 너는 아직 현실을 경험해보지 않았다, 라는 댓글을 보면 내가 작가로서 일을 잘 못하고 있는 건가, 고민돼요. 내가 이 사람들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까? 이런 의견들을 어떻게 잘 반영해서 이 사람들도 보고 공감하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는 거죠. 저도 결혼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지만 결혼이란 건 너무 힘든 거야 이렇게만 말하고 싶진 않아요.

저는 그런 얘기도 들었어요. 제 만화가 실제 결혼 생활을 많이 해본 독자들보다는 결혼을 앞둔 사람이나 결혼을 아직 하지 않은 사람들, 신혼부부들이 제일 많이 본다고. 그런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안 좋아요. 제 원래 의지는 30대 여자들이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어떻게 고군분투해서 잘 이겨내고 있는지, 사회에서 뭔가 여자들한테 주는 억압이 없어질 수 있도록 남자들도 같이 생각을 바꿔나갈 수 있게 하는 그런 만화가 되면 좋겠는데 정작 그런 고통이나 짐을 짊어지고 있는 사람들이 만화를 보면서 공감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그렇죠. 하지만 네이버라는 플랫폼이 워낙 크고 많은 사람들이 보니까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할 책임도 있어요.

반대로 기분 좋은 댓글들은 ‘남자친구한테 보여줬어요, 남편이랑 같이 봐요, 우리 남편이랑 똑같아요’ 이런 거 보면 즐거워요. 제겐 당근과 채찍이죠.






디지털뉴스본부 박혜연 기자 hypark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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