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소양 검증할 수 있는 장치 없어
연설·정치활동 중 보이는 언행으로
후보의 심리상태 어느정도 분석 가능
美 37대까지 대통령 정신상태 분석한 자료 있어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92일간의 탄핵정국이 마무리됐다. 이제는 대선이다. 벚꽃이 피어야 할 계절에 대선에 대해 이야기하기란 익숙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인 것을. 이름하여 '장미대선'. 이제는 객관적이고 철저한 검증만이 정치·사회적 불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유권자들은 걱정을 한다. '도대체, 믿을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국정농단', '비선실세' 등 불결한 정치언어를 하루가 멀다하고 접한 시민들은 "당연히 우리를 위해 헌신하고 매사 잘해주리라"고 여겼던 권력에 대한 믿음에 배신당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권력을 위임하고 그 권력이 오직 선의만을 추구할 것으로 가정한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믿음이 무참히 짓밟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대통령 후보자들의 기본적인 정신검증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새 책 '지도자의 자격'을 쓴 저자는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 충분히 검토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책의 부제도 '대한민국 대통령 정신검증 매뉴얼'이다. 미국에는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부터 시작해 37대에 이르는 대통령의 정신 상태를 분석해놓은 자료가 있다.
저자는 심리이론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깊은 무의식의 영역까지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토론 혹은 연설과 같은 정치활동 중 보이는 언행을 통해 그 사람의 심리 상태를 어느 정도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파면당한 대통령의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한 점이 흥미롭다. 부록 격인 '더하는 자료'에는 후보자와 당선자에게 적용해야 할 정신검증 방법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입증된 검증 방법을 바탕으로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해야 하는지 전문의의 소견을 담아 제시한다.
검증절차는 간단하다. 대선 후보에 대한 검증은 검증위원회가 성립되어 후보자가 협조만 한다면 일반적인 심리검사를 통해 시행되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일반적인 검사는 다면적인성검사(MMPI), 간이정신상태검사(MMSE-K), 문장완성검사(SCT), Beck 우울척도(BDI), 로르샤흐 검사(Rorschach Test), 지능검사(IQ Test), 벤더 -게슈탈트 검사(BGT) 등이다. 대선 후보로 등록한 뒤 법이 정한 기일 내에 의무적으로 받으면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자격 중 인격을 중요시하므로 심리상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 후보자가 어떤 환경에서 어떠한 인격을 형성했는지, 즉 후보자의 심리에 근간을 이루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좋은 지도자를 구분하는 명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 대통령의 자격이야 유권자가 알아서 판단하면 된다고 생각해왔지만 탄핵사태를 통해 객관적 검증을 위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학력, 경력, 재산 병역, 납세, 전과, 군복무 기록 등은 본질과 거리가 있다. 정신검증은 후보자에게 경각심을, 유권자에게는 알권리를 제공할 것이다.<지도자의 자격/최성환 지음/앤길/1만3300원>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