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와 춤의 對戰…정동극장 '전통 창작공연' 실험

전통 창작공연 '적벽' 공연 모습. 사진제공=정동극장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정동극장이 단일 콘텐츠 상설 공연장에서 다양한 전통 레퍼토리를 선보이는 '레퍼토리 극장'으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첫 작품으로 판소리 뮤지컬을 내놨다. 정동극장은 3월1~26일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적벽가'에 뮤지컬 연기와 부채춤을 결합한 전통 창작공연 '적벽'을 선보인다.

손상원 정동극장장은 28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 년에 한 작품만을 선보이던 공연장에서 전통을 기반으로 여러 장르의 공연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손 극장장은 "올해는 일종의 과도기 같은 해"라면서 "요즘 관광시장의 50% 이상이 개별관광인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극장과 공연을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의 첫걸음은 전통공연의 다양성과 현재성을 모색하기 위한 프로그램 '창작ing' 사업을 신설한 것이다. 정동극장은 레퍼토리 공연장으로 변신하는 첫 작품으로 '적벽'을 내세웠다. '적벽'은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학생들이 만들어 2016년 'DIMF 대학생 뮤지컬 부문' 우수상과 'H-스타 페스티벌' 금상을 받은 작품 '적벽무'를 발전시킨 것이다. 기존 공연의 러닝타임은 50분인데 30분이 추가됐다.

극은 나관중이 쓴 소설 삼국지에서 흥망을 결정하는 전쟁인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오나라 주유의 화공 계략을 돕고자 제갈공명이 동남풍을 불러오고, 관우가 전쟁에서 패한 조조를 풀어주는 내용이 이어진다. 제갈공명이 적장을 놓친 죄를 받겠다는 관우의 처벌을 고민하자 유비와 장비가 나서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막은 내린다.

전통 창작공연 '적벽' 공연 모습. 사진제공=정동극장

고수 1인과 소리꾼 1인의 무대로 엮어지는 전통 판소리 공연 양식에서 벗어나 이야기와 대사를 뮤지컬화하고 판소리 독창과 합창, 현대적인 리듬의 군무, 극 연기도 어우러졌다. 또한 9인의 국악 연주팀 'LEMI' 라이브 연주가 생동감을 더하고 주 오브제로 부채를 적극 활용한다.

정호붕 연출은 "판소리 '적벽가'는 어려운 한자어가 많아 편하게 들리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연기적 디테일을 살리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출연진이 부채를 든 것은 전통 판소리에서 부채 하나로 다양한 사물을 표현하는 것을 응용한 것"이라면서 "젊은 혈기를 과감 없이 쏟아냈지만 이제는 다듬을 부분을 찾아서 조절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동극장은 이번 '적벽'을 시작으로 다양한 창작 레퍼토리 제작에 도전한다. 손 극장장은 "공공극장으로서 외국인 관객에게는 한국의 전통을 보여주고 국내 관객에게는 전통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정동극장은 젊은 예술가를 지원·발굴하는 창작공간 '정동마루'를 새로 연다. 정동마루에서는 '춘향가'를 재창작한 소리꾼 박인혜의 '어리하리 이 내 마음은 오뉴월 버들마냥 스윙 스윙' 등 창작 판소리 5바탕을 토크콘서트로 올린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