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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의 민낯]⑤20대의 비혼주의 “낭만, 자유 사라진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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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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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박혜연 기자] ‘비혼’이라는 단어가 신문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9년이다. 그해 12월16일자 동아일보 기사 ‘“결혼은 노 동거는 예스” 비혼커플 부쩍’과 경향신문 기사 ‘살아보고 결혼합시다. 혼전동거’는 결혼에 대해 ‘당연히 하는 것’이라고 인식했던 사회적 통념이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후 18년이 지난 지금, 20대 청년들에게 전통적 결혼 관계는 얼마나 유효할까.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선’(2011)은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동거를 선택한 감독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감독 부부는 제도권에 의해 강제되는 결혼 관계에 의구심을 갖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려 했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새로운 고민에 빠진다.
영화는 부부가 주변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는 과정을 심도 있게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기존의 결혼 제도에 대해 다양한 논쟁점을 제공한다. 영화 속에서 부부는 결국 아이의 미래를 위해 뒤늦게 혼인 신고를 하기로 결정했지만, 법적 굴레 없이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신뢰만으로 안정된 관계를 만들고자 했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결혼을 하면 (순수한 연애) 관계가 퇴색되는 것 같다.” 김영수(가명·26)씨는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연인에 대한 애정과 헌신이 법적으로 강제되면 상대를 대할 때 로맨스보다 의무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질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권호진(가명·26)씨는 “결혼 관계에서 순수한 애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0% 정도밖에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입장에서 결혼은 연애의 확장이 아닌 종결에 더 가깝다.
사랑이 결혼의 전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은 결혼의 필요성에 의구심을 불어넣는 계기가 된다. 최은혜(가명·25)씨는 “주변에서 결혼하는 사람들 중에 그냥 ‘나이가 차서’ 결혼한다는 사람도 많이 봤다. 남들 한다고 꼭 따라서 해야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결혼이 ‘싱글의 자유’를 박탈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권호진씨는 “결혼이 갖고 있는 법적 안정성이 어떤 사람에게는 안정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구속으로 느껴진다”며, “결혼하면 (새로 꾸린) 가정에 더 많이 집중해야 되고 친구들을 만나거나 나만의 시간을 갖는 일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한편 윤경식(가명·24)씨는 “한 사람만을 평생 사랑하도록 하는 것은 인간 본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이란 사회적으로 구성된 체제”라고 주장하며 결혼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결혼 제도를 통해 국가가 사적 관계를 통제한다는 발상은 간통죄 존폐 논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간통죄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1990년대부터 꾸준히 존폐 시비가 일었는데, 2015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며 결국 폐지되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에 맡겨야지 형벌로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 없다”(헌재 2015. 2. 26. 2009헌바17등 참조)고 판시했다.

최은혜씨는 “결혼은 사회가 안정적인 질서 유지를 위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라고 말했다. 20대의 비혼주의가 전통적인 결혼 제도로부터 벗어나 ‘마음껏 사랑할 자유’를 외치는 권리의 형태를 띤다는 것은 사회의 기본 단위를 가정으로 보았던 기존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같은 인식 변화에 맞추어 국가와 개개인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지털뉴스본부 박혜연 기자 hypark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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