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후 수급안정 노력 비웃듯 농·축산물값 요지부동
정부 "비축물량 방출 확대·농협 할인판매 등 다각도 대응"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쌍끌이 악재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농 ·축산물 가격의 고공행진도 멈출지 주목된다. 향후 방역·추가 물가 진정책 성과가 지갑 얇은 서민들 표정을 결정 지을 전망이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한우 등심(100g 1등급·7850원) 소매가는 설 연휴 뒤(16일 기준) 3%가량 올랐다. 한우 갈비(100g 1등급 ·4861원)는 3.3% 하락하는 데 그쳤다. 두 품목 다 평년보다 22.1%, 11.4% 높다. 돼지고기 삼겹살(100g 중품 ·2014원)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6일보다 7.9% 올랐고 평년보다는 16.9% 비싸다.
지난 3일 한우 1등급 지육 도매가는 1kg에 1만7699원이었다. 이어 5일 올해 충북 보은에서 첫 구제역이 발생하며 하락세를 타 16일엔 1만5631원으로 11.7% 떨어졌다. 한우 등심 도매가도 같은 기간 4만5048원에서 4만4029원으로 2.3% 내렸다. 반면 소비자가격은 7만6125원에서 7만8500원으로 3.1% 올랐다. 구제역 사태가 한우 수급이나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아직 구제역 사태가 마무리된 게 아니기 때문에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지난 12일까지 전국 소 283만 마리에 대한 백신 일제 접종을 완료했으며 유일하게 A형 구제역이 발생한 연천 지역을 중심으로 구제역의 돼지농가 전파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백신 일제 접종에 따른 항체가 생성되려면 일주일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자칫 조기 진정에 실패해 구제역 사태가 추가로 확산할 경우 소고기 가격이 들썩일 것은 자명하다.
사상 처음으로 O형과 A형 2개 유형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동시 발생하면서 전국 1000만마리 규모의 돼지 농가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돼지의 경우 A형 바이러스 백신을 전혀 접종하지 않아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만큼 일단 감염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다만 당국의 강력한 차단 방역이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인지 돼지 농장에서는 구제역 발생 사례가 없다.
현재 AI도 일주일 이상 발생하지 않고 있다. AI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전국 평균 계란(특란 중품) 한판 소매가는 10일까지 15거래일 연속 하락, 7892원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13일 16거래일 만에 하락세가 꺾이며 7945원으로 올랐다. 14일부터는 다시 소폭 내려 16일 7771원을 기록했다. 평년 가격(5550원)보다 40% 높아 AI 사태 추이를 끝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달 완연한 하락세를 예상했던 농산물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16일 상품 배추 1포기 소매가는 4010원으로 지난달 26일(3987원)보다 0.6% 더 올랐다. 양배추(1포기 상품 ·5092원)는 설 전보다 2.4% 정도 비쌌다. 마늘(깐마늘 국산 1㎏ ·1만585원), 양파(1kg 상품 ·2341원)가 설 이후 각각 5.7%, 8.2% 뛰었다. 대파(1kg 상품 ·3709원)는 약 1% 찔끔 내렸다.
정부는 농·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가계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정부 비축 물량 방출 확대, 농협 할인 판매, 소매지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수급 및 가격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15일 밝혔다. 직거래 활성화 등 농·축산물 유통 구조 개선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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