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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사라진 설 특수⑥]불황에 한파까지…요우커까지 '뚝' 끊긴 노량진 수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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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설보다 손님이며 매출이며 모두 '2분의1' 수준…설 경기 전혀 느껴지지 않아
한파라 오가는 이들마저 뜸해…"흥정붙일 손님이라도 와야지"
원가에 판다고 해도 결국 등 돌려…믿었던 중국인 관광객마저 급감

▲설을 앞둔 주말인 지난 22일 노량진수산시장은 설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손님이 뜸했다.

▲설을 앞둔 주말인 지난 22일 노량진수산시장은 설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손님이 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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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말하면 뭐해, 더 얘기하고 싶지도 않아요. 손님이라도 와야 흥정을 붙이든지 말든지 하지…."

설을 앞둔 주말인 22일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설 대목 경기를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점심시간이 다 지났는데도 오전에 손님 1명 받았던 게 전부"라며 "가격조차 묻는 사람도 없어 홧병 생기기 직전"이라고 답답해했다.
이날 설 특수를 맞아 탕거리, 찜 등 제수용품과 주말을 맞아 횟거리를 찾는 이들로 북적여야 할 시장은 전날내린 눈이 채 녹지 못할 정도의 강한 한파까지 불어닥치면서 오가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특히 신시장과 구시장으로 나뉜 이후 노량진수산시장을 찾는 이들이 둘로 쪼개졌을 뿐만 아니라, 최근 중국인 관광객마저 급감해 설 특수는커녕 예년 평균 매출만도 못하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평년 설 대목 같으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에 치여 어깨를 부딪히고 다닐 정도로 붐볐었지만, 올해는 전혀 설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횟감을 판매하는 김모씨는 "작년 설 때와 비교하면 손님이며 매출이며 모두 반토막 줄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나마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서 평일 낮에는 이들이 일으키는 매출이 거의 대부분이었는데 이마저도 뚝 끊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논란 이후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옆에서 말을 거들던 한모씨는 "중국인과 내국인 비중이 80대20이었다면, 지금은 50대50까지 꺾였다"며 "내국인이 많아진 게 아니라 중국인들이 크게 줄어들어서 비등해진 것뿐이기 때문에 절대적인 숫자로 따지면 전체 손님은 엄청 줄었다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설 제수용품은 주말보다는 직전 평일에 사는 경향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4일은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설을 앞둔 주말인 지난 22일, 노량진수산시장 2층에서 내려다본 시장 전경.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이 횟감 등을 흥정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설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손님이 뜸했다.

▲설을 앞둔 주말인 지난 22일, 노량진수산시장 2층에서 내려다본 시장 전경.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이 횟감 등을 흥정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설 특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손님이 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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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파가 복병이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9도, 낮에는 영하 4도로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은 종종 걸음으로 서둘러 장보기 바빴다. 설 직전 평일에는 이보다 기온이 더 내려가 올 들어 최강한파라는 예보까지 나온 상태에서 기대하는 만큼 손님들이 크게 늘 것 같지 않다는 이들이 더 많았다.

70대 한 상인은 "날씨가 하도 추워서 옥상이며 계단에 염화칼슘을 뿌렸는데도 눈이 녹지 않는다"면서 "길이 미끄러워 사람들이 잘 다니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가격은 작년 설보다도 많이 낮아졌는데 찾는 사람이 없어 판매는 저조한 상태다.

그는 "제사상에 문어 올리는 집은 가격이 비싸도 꼭 사가곤 하는데, 작년에 ㎏당 3만5000원이었던 게 올해는 2만5000원으로 떨어졌는데도 안 사간다"면서 "날씨 때문인지 아예 나오질 않는다"고 한탄했다.

▲신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구시장보다 길목이 좁아 사람이 좀더 많아보일 수 있지만 이는 '착시효과'라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

▲신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구시장보다 길목이 좁아 사람이 좀더 많아보일 수 있지만 이는 '착시효과'라는 게 상인들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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횟집들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주말을 맞아 모임 등으로 회를 찾는 수요가 많을 법도 하지만 제철을 맞은 방어는 칼도 대지 못한 채 덩그러니 누워있었다. 올 설은 예년보다 일러 연말연시와 바짝 붙어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갑을 열기 더욱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날 제수용품을 사러 왔다가 내친김에 회까지 떠가려했던 최모씨는 광어를 사려다가 그만 뒀다. ㎏당 2만5000원으로 한 마리에 7만5000원인 광어를 6만5000원까지 깎아준다는 상인의 말에도 등을 돌렸다. 그는 "이미 제수용품 사느라 돈을 꽤 지출했는데 예정에 없던 지출까지 더하면 설에 써야할 경비가 더 부담스러워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킹크랩을 파는 한 상인은 "연말부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해 ㎏에 7만원까지 올랐고 대게도 6만원대"라며 "가격까지 비싸다보니 찾는 발걸음은 더욱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냉동 킹크랩도 ㎏당 3만원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경매로 갖고 왔던 가격이 2만5000원이었다"면서 "너무 손님이 없어 원가에라도 팔겠다고 2만5000원에 내놨는데 비싸다고 돌아가는 사람뿐이고, 그나마 흥정을 붙이면 이 가격에서 더 깎아달라고해 곤혹스럽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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