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일어난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났다. 딜로이트의 한국 파트너사인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의 5조원대 분식회계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기소된 것이다. 대형 회계법인의 임직원이 아니라 법인이 직접 기소되는 것은 처음이다. 안진 측은 검찰의 기소 직후 내고 "검찰의 법인 기소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회계법인들은 검찰의 안진 기소를 남의 일로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인다. 실제로 분식회계 관련 소송과 손해배상액이 급증하면서 회계법인들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기업들의 회계부정 규모가 커진데다 회계법인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이 급증해 한 순간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회계법인들을 상대로 한 분식회계 관련 소송건수는 287%, 배상금액은 약 12배(11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감원에 따르면 감사업무 부실 등을 이유로 회계법인 측에서 배상한 금액은 2015 회계연도 기준 37억원으로 2013 회계연도 3억원보다 34억원(1133%) 많아졌다. 기업과 회계법인이 연계된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갑 위치에 있는 기업이 회계 비리를 저질러도 회계법인이 눈감아 주는 일은 그간 관례처럼 이어졌다.
이제는 그 고리를 잘라 내야만 한다. 29일 청년회계사회가 빅4 회계법인의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회계투명성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빅4 회계법인들도 전경련을 탈퇴해 그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유인호 증권부 차장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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