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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대통령 탄핵안과 김영란법 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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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대통령의 언어는 제가 법정에서 만나는 형사피고인들, 잡범들의 전형적인 언어였습니다. 이 점이 무엇보다 참담합니다."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의 형사부장인 A판사는 최근 사석에서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세 차례 담화를 접한 소감이었다.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았습니다…공적인 사업이라고 믿고 추진했던 일들이었고…"

박 대통령은 의혹을 부인했다. 결백하다는 호소다. 이는 법에 기대겠다는 태도이고 기소가 되면 법정에서 공방하겠다는 뜻이다.

'내가 무슨 법규를 어겼는가', 당연히 이런 생각이 근저에 깔렸을 것이다. 아니라면 검찰 조사에 불응하고 수사 결과를 사상누각이라고 깎아내리긴 어렵다. "탄핵이 가결돼도 담담히 갈 것"이란 말은 이 같은 생각의 발로다.
그렇다면 법은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전직'이 될 박 대통령의 행위를 국민이 적용한 죄책에 상응하게 다스릴 수 있을까. A판사는 이렇게 답했다.

"형사소송법에 국기문란 혐의나 국정농단 혐의는 없습니다. 그러니 죄를 물으려면 직권남용이니 뭐니, 혐의를 찾아 적용하고 다퉈야죠. 그게 법인 걸 어쩌겠습니까."

죄를 지어서 벌을 받는 게 아니라 법을 어겨서 벌을 받는 것이라고 했던가. 국민 법감정과 실정법의 괴리는 법치의 숙명이다. 이런 법언도 있다. '법은 큰 고기만 빠져나가는 촘촘한 그물.'

보통사람 대다수는 작은 고기라서 빠져나가지 못 한다. 박 대통령처럼 법에 기대거나 법을 무기로 삼기도 어렵다.

어제(8일) 춘천지법이 내린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1호 과태료 결정'은 엄중한 시국에 대조돼 유독 시리다.

출석 일정을 배려해준 경찰관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4만5000원짜리 떡 한 상자를 건넨 시민이 청탁금지법에 걸려 과태료 9만원을 물게 된 일이다. 그나마 몇몇 유리한 정상이 참작돼 두 배만 무는 것으로 끝났다.

국회가 오늘(9일) 오후 탄핵안을 가결시키면 공은 헌재로 넘어가고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이 옳은지를 두고 심판정에서 국회와 싸울 것이다.

헌재는 심리 과정에서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 신청에 따라 증거조사나 증인신문을 진행할 수도 있다. 이런 절차가 겨우내 이어진다.

이러는 사이 대다수 시민은 노심초사하면서 일상을 버텨낼 것이다. 혹시라도 청탁금지법 같은 데 걸려들면 안 되니까. 작은 고기에 불과하니까.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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