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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뽀개기]'내가 세계를 지배한다면'…과연 남보다 잘 다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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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뽀개기]'내가 세계를 지배한다면'…과연 남보다 잘 다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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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때마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을 생각 중 하나는 "내가 해도 저거보단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용납되기 힘든 정치적 스캔들이 터지고 측근의 전횡이 밝혀진 현재 국내 상황에서는 더욱 많은 국민들이 생각해볼 수 있는 상상이다.

이러한 상상을 좀더 크게, 구체적으로 해보면 어떨까? '내가 세계를 지배한다면'은 이러한 상상을 사고실험으로 옮겨본 책이다. 읽기 쉬운 만화책으로 구성돼있지만 이끌고 가는 주제와 배경지식들은 상당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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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사람들을 서유럽에 모아놓고 본인이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해 다스려본다는 저자의 상상력으로 출발하는 작품은 전 세계가 안고 있는 각종 사회문제들을 건드리며 독자들을 생각의 장으로 이끌어준다. 저자는 그녀의 남편과 함께 토론 형식으로 이 사고실험을 이끌어가면서 환경오염, 빈부격차, 종교적 극단주의, 사회체제 등 무거운 주제들을 알기 쉽게 풀어준다.

저자는 낙관주의를 한껏 품고 세계 독재자인 자신의 의상 디자인을 고민하며 활기차게 출발한다. 하지만 이내 여러 정치, 사회적 장애물들과 만난다. 먼저 만나는 고민은 체제에 대한 고민이다. 저자 스스로가 살아온 사회는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지만 고대 아테네 직접민주주의 체제에서 비춰보면 극단적 과두정, 혹은 정당통치에 따른 소수 귀족들의 지배체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전제군주제, 독재체제에 비해 민의가 많이 반영되는 체제가 결코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이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이념의 대립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좀더 많은 보편적 복지와 좀더 많은 개인적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이냐는 남편의 질문에 저자는 둘을 적절히 융합하겠다고 선언한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최상의 시스템은 특정 방향으로만 선택의 자유를 주도록 유도하고 자기계발과 민간주도를 권하는 동시에 뒤에서 제약할 것은 제약하는 시스템이다. 막후에서 정부가 완전히 통제하면서 국민 자신들은 자유롭다고 착각하는 체제,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현 체제다.
결국 저자의 사고실험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인종, 종교, 문화가 다른 세계인들은 저자의 정책에 반발하고 분노한 저자는 각종 비밀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이를 탄압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책에 반발하는 동생을 죽임으로서 대중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주려고 한다. 저자는 끔직하게 변하는 자신의 모습에 크게 놀라고 세계지배에 대한 사고실험은 그렇게 종말을 고한다.

단지 한 사람의 상상에 지나지 않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저자의 사고실험에 나온 내용들은 모두 유럽 역사에서 실제로 나타났던 문제들이다. 고대의 로마제국, 중세의 신성로마제국과 같이 제국체제나 군주정을 통해 역사와 문화가 다른 유럽 각국을 통일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고 현대에는 나폴레옹과 히틀러와 같은 군사적 정복자가, 현재는 유럽연합(EU)이 이를 수행코자 하고 있다. 브렉시트의 열기가 전 유럽으로 확장되려는 상황에서 이 책이 이야기하는 세계체제가 안고 갈 문제점들은 결코 한 개인의 상상으로 끝날 문제들이 아닌 것이다.(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르 지음/홍지수 옮김/원더박스/1만4000원)

▶주요키워드: 민주주의, 전제주의, 독재체제, 자본주의, 공산주의, 세계체제

▶논술거리:

①탐욕을 부르는 도시계획: 저자는 현재 세계의 환경오염, 주거문제, 빈부격차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도시계획에 있다고 보고 본인의 사고실험에서 이를 수정하고자 한다. 저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도시계획은 피라미드형 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철학자인 아드 브리드(Aad Breed)의 아이디어다. 이 도시는 평면적으로 흐트러져있던 도시를 층별로 구성해 모든 주거시설, 직장, 상점을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에 놓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차 세계대전 이전의 도시계획은 거리와 광장을 중심으로 거주지와 직장을 최대한 가깝게 하는 것에 있었으나 현재 도시계획은 도심지와 주거지, 상점간 거리가 멀어 교통수단에 의존하게 만들고 개인들이 만날 수 있는 광장이나 공원을 줄여 사회 결속력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피라미드형 도시는 제작비용도 저렴하지만 합리적 가격에 주택을 팔면 안되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②'부루마블'이 보여주는 불평등의 근원: 한국에서는 '부루마블'로 알려진 보드게임 '모노폴리(monopoly)'는 부동산, 임대, 세금체제의 불공정함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게임의 발명가였던 엘리자베스 J.메기는 "이 게임은 토지 매입체제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어린이들에게 현재 토지매매 체제가 얼마나 불공정한지 보여주면 그들이 자라서 부당함을 바로잡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해진다.

이 게임의 핵심은 토지 개발 이전에 주요 토지를 점거한 자본가가 그 땅에 투자를 해 임대인을 받아들이고 곧 파산한 임대인은 계속 은행에 대출을 빌려 파산으로 떨어지면서 자본가는 계속 돈을 버는 독점체제를 구축해 승리하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한 국가의 경제 뿐만 아니라 나라와 나라간 교역에도 나타난다. 가난한 저개발도상국은 선진국 은행을 통해 차관을 빌리고 선진국의 기업들에게 그 돈을 주고 투자개발을 일으킨다. 그러면 그럴수록 경제는 점차 선진국에 예속되게 되는 것이다.

③대중의 눈을 가리는 '통계': 가장 효과적인 프로파간다의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 '통계'다. 저자는 특히 평균이란 단어의 함정을 주의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설문조사를 하는 집단을 편성하는데 있어 만약 집단의 평균나이가 25세라면 누구나 20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라 느끼기 쉽지만 꼭 그렇지 않다. 1세, 8세, 10세, 17세, 89세의 5명을 대상으로 물어봐도 평균연령은 25세이기 때문이다.

누가 이 연구에 자금을 지원할지, 특정 결과로 누가 이득을 볼지, 연관관계가 타당한지 등 많은 부분이 해석되고 사용에도 신중해야하지만 호도되기도 쉽다. 각 수치의 결과를 막대그래프, 선 도표, 파이 도표로 하느냐에 따라서도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은 크지만 이러한 부분은 쉽게 간과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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