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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입자 투자풀' 시장상황도 모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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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기간 길고 원금손실 가능성…임차인들 얼마나 이용할지 의문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권해영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초 2조원 규모의 '월세입자 투자풀(pool)'을 조성해 월세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월세시장의 사정을 고려하지 못한 탁상행정이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주거비 부담이 늘어난 월세 임차인을 위해 '월세입자 투자풀'을 내년 1분기 내 조성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이 방안의 핵심은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타면서 받은 보증금을 굴려서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월세임차인에게 주고, 그 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세입자 1인당 최대 2억원까지 투자풀에 투자할 수 있도록 했고 목표수익률은 '3년 만기 예금금리+1%포인트'로 잡았다. 기존의 임대주택펀드의 분리과세 혜택을 그대로 빌려와 납입액 5000만원까지는 이자·배당소득에 5.5%의 세율을 적용하고, 납입액이 5000만~2억원인 경우는 일반 분리과세 세율(15.4%)을 적용하기로 했다.

울며 겨자먹기로 전세에서 월세로 갈아탄 임차인의 부담을 줄여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임차인들이 얼마나 이용할 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우선 기대수익 대비 가입 기간이 너무 길고 투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최소 가입기간을 4년으로 하고 전세반환금을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가 목표 수익률로 잡고 있는 '3년 만기 예금금리+1%포인트'를 현재 금리로 계산하면 연 2.5% 수준이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예금자 보호도 되지 않는 상품에 2%대 기대수익률을 노리고 전세금을 최소 4년을 묻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했다.

게다가 1순위로 가입하려면 8년 이상 가입을 약속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전월세입자들이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고, 집주인과의 계약이 끝나면 펀드를 환매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기대수익과 원금손실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투자매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증권금융이 투자풀 규모의 5% 수준에서 후순위 시딩투자해 손실이 발생해도 우선 흡수하고, 5%를 초과하는 부분은 정책보증기관이 보증하는 방식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 운용기관에 '원가' 수준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방안이 오히려 수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채권, 펀드, 국채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던 투자대상도 최소 투자기간이 4년 정도인 뉴스테이 사업으로 한정돼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 힘든 구조다. 금융위는 인건비, 시스템 구축 등을 반영한 필요 최소한의 수준에서 보수를 책정하되 펀드 청산 후 주택 매각차익이 크게 발생하는 경우 합리적 범위내 성과보수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자산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사실상 임대주택펀드 가입대상을 월세입자로 확대한 방안"이라며 "운용에 정부의 불개입 방침을 밝혔지만 정작 전문 운용사의 활발한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은행에 넣어놓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며 "연기금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고 뉴스테이 사업으로 어느 정도 수익 낼 수 있다면 가입할 수 있는 매력은 된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최근 전세보증금이 급등하면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더라도 대출 상환을 하고 나면 펀드에 가입할 여유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위는 월세입자 투자풀의 잠재수요가 9조5000억원, 잠재가입자가 38만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위가 9억원 이하 주택의 임차인까지 가입 기준으로 삼은 것은 사실상 서민정책이 아니란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9억원짜리 주택에 7~8억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지급할 여력이 되는 자발적 임차인까지 가입하도록 한 것은 혜택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힌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태현 금융위 자본시장감독 국장은 "은행에 넣어놓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며 "연기금 이상의 수익률을 낼 수 있고 주요 투자처인 뉴스테이 사업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가입할 수 있는 매력은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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