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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값'하는 국회의원 한명의 힘…"일 안하고 행세만 할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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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떠나는 사람들]김기식 더민주 의원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지난달 26일 김기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김 의원은 "당선자들을 신경 쓰기도 바쁠텐데 떨어진 사람에게까지 관심을 보여줘 고맙다"며 웃었다. 김 의원은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재선하지 못한 의원. 그는 이달 29일까지만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한다. 지난 기사에서 김 의원이 낙천한 뒤에도 이례적으로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20대 국회를 위한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면 제약으로 전하지 못했던 나머지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밥값'하는 국회의원 한명의 힘…"일 안하고 행세만 할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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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에 처음 들어와서 국민의 세금에 부끄럽지 않게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과 4년 비정규직 계약직으로서 정규직이 되고 싶다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자고 생각했다. 의정활동 통해 받는 밥값보다 내가 재선하는 것을 우선하면 안 된다고 결심했는데... 그런 점에서 비록 재선을 못했지만 남은 기간 동안 보고서를 만들고, 제가 19대 국회동안 접한 모든 자료, 이게 사유물이 아니고 국회의원으로서 공적인 결과물이니까 공적으로 환원하는 것이 국록을 받은 자의 마지막 도리가 아닌가 한다. 남들은 낙천, 낙선하면 쉰다는데 매일 국회 나와 일을 하고 있으면 희한한 놈이라는 소리 듣는다."

"국회는 입법부와 행정부 견제와 감시가 제일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서 제 역할을 한 부분도 있고 19대 국회에서 나름 큰 역할을 했으니까 (피감기관들이) 만세했다는 생각도 든다." 김 의원이 지난 3월 서울 강북갑 경선에서 천준호 예비후보에 패배해 낙천해 20대 국회에 들어올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자 금융위원회 등 정무위원회 산하 기관에서는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김 의원의 실무자를 뺨치는 현안파악 능력과 전문성, 끈기와 집요함, 가공할 전투력 때문에 이들은 지난 4년간 고초를 겪었다.
지난 4년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 김 의원은 "종합적으로는 4년 동안 스스로 의정활동의 성과가 괜찮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원을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입법의 80~90%는 다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그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잘한 일을 꼽아 달라고 하자 김 의원은 주저없이 답했다. "대부업법을 바꿔 최고 이자율을 39.9%에서 27.5%로 4년만에 12.5%포인트 낮춘 것이 보람이 있었다. 이를 통해 서민들이 1조원 이상의 가계부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대리점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나 하도급과 가맹사업 관련법 등 갑을관계 관련 입법도 잘한 일로 꼽았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9%에서 4%로 낮추는 것 역시 성과라고 말했다. 이명박정부 이후 흔들렸던 금산분리 원칙을 되돌렸다고 자평했다.

그의 잘한 일 소개는 짧지 않았다. "의미부여 하고 싶은 게 감정노동자 보호법안을 처리한 것이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이런 분들 환노위에 계류중인 법안은 처리 안됐지만 금융권 관련한 노동자 가운데 취약 조건에 있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반인권적인 상황을 개선하는데 획기적인 법률이 통과됐다", "사람들은 제가 규제만 늘렸다고 하는데 지난 2월에 국회를 통과시킨 부동산 펀드에 대한 규제완화 등 법률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주도적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이 법 통과로 자본시장이 발전하고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제게는 자부심이 담긴 법이다."
하지만 그에게 안타까운 법, 잘못했던 일에 대해 소개해달라고 하자 그 설명은 더 길었다. 그가 5월에 기관마다 하나씩 밝힐 보고서는 이에 관한 것이다. 김 의원은 이 보고서를 19대 국회의 성과와 쟁점, 20대 국회에 드리는 제언이라고 불렀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긴 이름을 가진 김영란법에 대한 생각을 묻자 복잡한 입장을 전했다. 참고로 김 의원은 이 법 처리와 관련해 신중론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에 우리 사회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여야 지도부 모두 이 법을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합창을 했다. 법 처리 당시 이 법을 반대한 사람은 손꼽을 만큼 적었다.

"처음에 김영란법과 같은 형태의 입법 자체에 대해 찬성하지 않았다. 속기록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이런 식의 일괄 입법은 잘못됐다는 반대 입장을 아마 유일하게 냈을 것이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이해상충이라고 하는 영역이 다른 범주를 하나로 만들고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좁은 의미의 공무원과 넓은 의미의 공공기관의 공직자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대상으로 규율하는 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전세계 유례가 없는 법이다. 제 의사와 상관없이 모든 언론이고 정당 지도부고 다 해야 한다고 하니까... 어쨌든 기존 법률 원안에서 문제 소지가 있는 부분을 들어낼 수 있는대로 들어내니까 이제는 갑자기 왜 법을 만들었냐고 하더라."

하지만 그는 이제와 다시 법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김영란법은 여러가지 시행과정에서 손을 봐야 하지만 그러나 시행도 하기 전에 법을 개정 하는 것은 반대한다. 법이 시행도 하기 전에 고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시행을 하면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있으면 보완입법을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법통과가 한참 지났음에도 시행령을 내지 않은 것도 질타했다. 당초 권익위는 지난해 8월에 시행령을 입법예고한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법의 적용 적용대상이 180만명이고 가족까지 하면 (적용대상이) 수천만명인데, 본인이 이 법의 적용대상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구체적 시행 기준을 담아서 확정을 짓고 홍보하고, 교육을 해야 하는 권익위가 눈치보기하면서 시행령을 만들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의 존재 의미 자체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게 무슨 의원입법도 아니고 자신들이 낸 법인데, 시행령을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냐."?

그는 낙후된 금융산업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자신이 4년간 몸담았던 정무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무위는 국회 상임위 중의 하나로 총리실, 금융위, 공정위, 권익위, 보훈처 등을 소관상임위로 한다. 김 의원은 정무위의 소관기관이 너무 많아 감시·견제가 어렵다며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상임위로 하기에는 너무 많은 소관부처를 갖는다. 정무위는 2개 상임위로 분할하는 게 맞다."

20대 국회에서 정무위를 맡을 의원에게는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고 충고했다. "정무위는 경제를 다룬다. 특히나 기획재정위원회와 달리 금융위와 공정위 다루는 사안은 매우 구체적 현안이다.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해서는 앞에서 공무원들이 '예예' 하지만 아무 영향력 없다. 그래서 디테일을 챙겨야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보좌진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가 열심히 공부를 해 디테일을 챙겨 공무원들이 내용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구체적인 문제에 있어서 성과를 낼 수 있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 출신 의원이었다. 지역구에 대한 부담이 덜했던 것이 그의 의정활동의 장점이었다. 물론 지역구가 없었기에 그는 20대 국회에 들어오기 어려웠고, 당내 경선 결과 결국 낙천했다. 그는 선거구 개편 과정에서 무용론이 제기됐던 비례대표에 대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비례대표로 와서 지역구와 무관하게 의정활동에 전념하고 정책적 전문성이나 어떤 특정 계층이나 사회 집단을 대변해야 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스스로 비례대표 역할을 마지막까지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사실 해보니까 국회의원이라는게 대충 일하면서 행세하기도 좋지만 일 하자면 일이 한도 끝도 없는 직업인거 같다. 정무위 처럼 금융위, 공정위, 총리실, 보훈처, 권익위 5개 부처를 관할하는 상임위에서 지역구를 하면서 만족스러운 의정활동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의정활동이나 정책적 측면에서 정말 비례대표를 확대해서 의정활동을 전념할 수 있는 의원들을 다수 있어야만 의회활동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속정당인 더민주에서는 한때 정치혁신 방안으로 잘하는 비례대표에 대해서는 다시 비례공천 하는 방안이 제기되기도 했다고 한다. "당 정치혁신위에서 비례 가운데 20% 정도는 비례 재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안을 두고 검토를 했던 것으로 안다. 저는 그게 맞다고 본다. 비례로서 역량과 성과가 검증된 사람은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혹 자신처럼 비례대표 출신의 초선 의원이 정무위를 맡게 될 경우 충고를 부탁했다. 김 의원은 "최소한 전반기 2년은 지역구에 신경 쓰지 않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말은 자신에게 던지는 말 같기도 했다.?

소속 정당이 수도권에서 대승을 거뒀음에도 20대 국회에서 비정규직을 4년 연장(재선)하는데 실패한 것에 대해 그는 "개인적으로는 비례로서 충실히 해야 한다는 점도 있었지만, 재선에 대한 의지가 부족했던 측면도 컸다. 제 자신이 스스로 앞으로 어떻게 살지에 대한 개인적 고민 때문에 지역구 결정이 늦어졌다. 그리고는 당이 분당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당의 결정을 기다리다 늦어졌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를 떠나면 한국경제와 한국정부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권교체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손을 보태겠다"고도 말했다.

그에게 지난 4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행복했을까, 보람은 있었을까?

"하기에 따라 국회의원은 아무 일 안 하고 행세만 할 수 있도 있고 정말 실력과 열정이 붙으면 상상하기 어려운, 한계가 없는 만큼의 일을 할 수 있다. 참여연대에서 17~18년 일을 했는데, 시민운동을 10년 동안 해도 할 수 없는 일들을 1년 만에 해치울 수 있었다.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걸 보면 국회의원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알 수 있다. 김기식이 20대 국회에 없다니까 정부 기관들이 만세 불렀다는 것은 한명의 국회의원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일로 보면 보람이 있다. 하지만 만약 4년 전으로 돌아가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이 직업을 선택할까에 대해서는 조금 주저할 것 같다. 개인사적으로도 그렇고... 지난 4년이 행복한 시간은 아니었다.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으로 사는 것도 솔직히 좋지 않았다. 의전도 불편하고 시민운동 때 자유롭게 살던 것에 비하면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것은 사적인 이야기고.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부터는 국민의 세금을 받는 자의 도리, 공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도리에 100%에 부합하게 일하는 게 맞다. 개인 갈등이나 고민이 있더라도 그것은 지키며 살았다. 어렵지만 잘 지켜왔다고 생각한다."

김 의원은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의식했는지 모르겠지만 밥값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 김 의원의 밥값은 바로 국록(國祿, 나라에서 일한 대가로 관료에게 주는 돈)이다. 시민단체 출신인 김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서 그동안 감시의 대상이 되었던 '공무원'과 '정치인'이 됐다. 그가 밥값을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은 국회 바깥의 감시자로 봤었을 때처럼 국회의원이 된 자신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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