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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피에서 책임경영으로…국내 주요 기업 사재출연 트렌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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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 사재 출연 현황

국내 주요 기업 사재 출연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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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한진해운이 25일 제출한 자율협약서가 부실하다며 보완을 요구했다. 채권단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진해운 부실 경영의 책임이 있는 전 최고 경영자이자 대주주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과 조양호 회장의 사재 출연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오너의 사재 출연 없이는 회사 회생의 진정성과 책임 경영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이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으로 귀결되면서 과거 주요 그룹 오너들의 사재 출연 유형과 규모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은 오너들의 위법 행위를 덜기 위한 면죄부 형태의 사재 출연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업 회생이나 사회공헌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부 정책 지원 위한 사재 출연, 외환 위기가 시초= 오너들의 사재 출연 중 가장 많은 유형은 정부 정책의 측면 지원이었다. 정부의 정책에 재계가 화답하는 형태인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였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부 차원에서 재벌개혁을 단행하기 위해 그룹간 사업재편 빅딜을 제안하고 나서자 주요 그룹 총수들이 핵심 사업을 확보하기 위해 일제히 사재 출연으로 화답했다.
신격호 롯데 회장이 1000만 달러 규모의 사재 출연을 약속한데 이어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1조원에 달하는 사재 출연 의사를 밝혔다.

대선 후보로 나선 뒤 한동안 그룹 경영에 위기를 겪었던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사재 출연 대신 소 1000마리를 몰고 방북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이후 김대중 정부의 숙원이던 남북경협이 길을 열었고 마침내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 주요 정책 '청년희망펀드'에 오너들 측면 지원= 최근 들어서는 박근혜 정부의 '청년희망펀드'에 국내 주요 그룹사 오너들이 사재를 출연했다. 청년 취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민간 주도 펀드를 만들자 오너들이 일제히 기부를 결정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사재 200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출연했다. 병석에 누워 있지만 이 회장이 사재출연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 둔 덕분이었다. 이 회장에 이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150억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70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0억원을 기부했다.

나머지 그룹사 오너들의 기부 행렬도 이어졌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16억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0억원,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20억원을 냈다.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25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30억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20억원, 정상영 KCC 명예회장 일가는 29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면세점 특허 고려한 이권 획득 위한 사재 출연도= 특정 이권을 획득하기 위해 사재 출연을 통한 분위기 쇄신에 나선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면세점 특허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용만 전 두산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졍용진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신동빈 회장은 사재 70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한 뒤 100억원을 추가로 출연해 롯데문화재단을 출범시켰다. 박용만 전 회장은 동대문 상권 활성화를 위한 대중소 상생모델을 위한 '동대문 미래창조재단' 출범에 사재 100억원을 내놨다. 이명희 회장과 정용진 부회장은 사재 60억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했다.

사재를 출연해 기업과 임직원의 부담을 덜고 사회공헌에 솔선수범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정몽구 회장은 2006년 총 8400억원의 사재를 재단을 통해 기부하겠다고 밝힌 뒤 2007년부터 4차례에 걸쳐 6500억원 상당을 정몽구 재단에 출연했다. 정 회장은 보유 중인 이노션 지분 20% 전량도 재단에 기부해 약속한 금액을 모두 이행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2006년 남촌 재단을 설립한 뒤 GS건설 주식 약 360억원 규모를 기부했다. 이종환 삼영화학 그룹 창업주는 2012년 서울대 중앙도서관 신축 목적으로 관정재단에 600억원을 출연했다.

지난 2011년에는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 정몽준 의원이 아산나눔재단 설립에 개인재산 2000억원을 출연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 2014년 계열사로부터 받은 보수 301억원이 문제시 되자 전액을 사회에 환원한 바 있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2015년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 대림산업 주식 등 2000억원을 기부했고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같은 해 한샘드뷰 연구재단에 주식 등 사재 4500억원을 내놓았다.

◆사재 출연 요구하는 채권단, 돈보다 책임 경영 의지를 더 중요시= 지금까지의 사재 출연이 정부 정책을 측면 지원하거나 이권을 획득하기 위해 진행됐다면 최근에는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적극적인 사재 출연이 요구되고 있다. 자발적인 경우도 있고 채권단 압박에 따른 것도 있지만 오너 스스로 경영에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2010년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돌입하자 3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채권단에 책임경영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후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되찾고 그룹 재건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재 출연이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2013년 윤석금 웅진 회장과 일가가 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 회생을 위해 400억원의 사재 출연을 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윤 회장은 사재 출연 이후 1년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고, 배임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기도 했지만 웅진씽크빅, 웅진홀딩스, 웅진에너지 등으로 회생해 회사를 살려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동부메탈 회생을 위해 사재 200억원을 출연했다. 채권단 측에서 대주주의 자구 노력이 있어야 감자 없이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 2009년에도 동부하이텍 정상화를 위해 사재 3500억원을 출연했다.

강덕수 STX 회장은 사재 출연을 거부하며 회사마저 회생의 기회를 갖지 못한 사례다. 지난 2013년은 채권단과 정부는 STX그룹을 조선계열 중심으로 살리는 조건으로 강 회장에게 사재 출연 등 결연한 의지를 보이라고 요구했지만 불발됐다.

최근 사례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있다. 현 회장은 현대상선을 살리기 위해 300억원 가량의 사재를 출연했다. 현대상선의 부채는 6조원대로 재무적 효과는 극히 미미하지만 회사를 살리기 위한 오너의 진정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내리며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통해 현대상선 지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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