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기존에도 감사원법에 따라 일상적으로 해당 기관들의 회계감사ㆍ직무감찰을 통해 안전 문제를 점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신설된 시설안전감사단에 30여명의 전문 감사관을 동원하는 강수를 놓았다. 이 감사단은 SOC 건설 공사나 시설물 안전 관리에서 불거지는 문제점을 철저히 따진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안전처는 1년간 53건의 안전 감찰을 실시해 1건에 대해서는 담당 공무원 징계를 요구했다. 재난 대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인천시와 여성가족부에는 사상 최초로 재훈련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안전처는 박인용 장관의 지시에 따라 올해부터 타 부처의 안전 정책ㆍ관리 실태에 대한 감찰을 더욱 강화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안전에 대해 정부 부처 내에서 '호랑이 훈장님'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안전 분야 감사를 강화하겠다고 나서자 안전처 관계자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 최고의 감사 전문가들이 포진한 감사원의 감사 능력은 해경 및 소방 정책 담당자 일색으로 채워진 안전처보다 훨씬 전문성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은 세칭 '전문 칼잡이'들이 모인 곳이다.
아무튼 안전처와 감사원의 안전 감사 경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 부처간의 경쟁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 호기심이 일기도 한다. 적절한 경쟁이 생산성과 효율을 향상시켜 좋은 결과물을 낳을 수 있다. 안전처와 감사원의 경쟁이 정부와 지자체의 느슨한 안전 관리 나사를 팽팽하게 조이는 역할을 담당해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해줄 수도 있다.
문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친 경쟁은 되레 비효율을 초래한다. 벌써부터 정부와 지자체의 안전 관리 담당자들은 중복ㆍ과잉 감사에 대한 부담을 걱정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두 조직이 경쟁적으로 성과 내기에 욕심을 내다보면 무리한 감사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복 감사로 인한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오히려 현장의 안전 관리가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안전처와 감사원이 '제로섬 게임'을 벌이지 않고 룰을 지키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 안전을 담보해주길 기대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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