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 사고는 해방 이후 가장 끔찍한 인재(人災)였다(501명 사망 6명 실종). 그 즈음 대형 사고들이 줄을 이었다. 94년 10월21일엔 성수대교가 무너졌고(32명 사망) 95년 4월28일엔 대구 지하철에서 가스 폭발사고가 났다.(101명 사망, 145명 부상) 공기(工期) 단축을 실력으로 여기던 시절, 대충대충 짓고 부품값을 빼먹고 눈가림하고 체계없이 뚫고 뒤엎던 부실공사들이 거대한 재앙이 되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먼 그 곳으로 떠나버린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속에
잊혀져가요
김광석 노래 '거리에서'의 노랫말 일부
마음의 축대가 무너지고 의욕의 나사가 달아난, 어두운 계단에 서있던 ‘서른 즈음’ 한 가수의 내면에 대해 우리가 아는 건 그리 많지 않다.
"검은 밤의 가운데 서있어 한 치 앞도 보이질 않아.“ 그의 노래 ‘일어나’의 첫 대목은 고독하고 참담하다. ‘노찾사’로 데뷔해 ‘동물원’을 거치며 주목을 받았고 ‘라이브 1000회 공연’의 기록을 세운 실력파. 젊은 영혼의 미세한 통증을 집어낸 노래들은 오랜 울림을 남겼다. 2000년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선 인민군 오경휘중사(송강호 역)가 그의 노래 ’이등병의 편지‘를 듣고 이렇게 말한다. “오마니 생각나는구만.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빨리 죽었대니? 그를 위해 딱 한 잔만 하자.”
김광석이 타계한 뒤, 딸 서연(25세)은 아내 서씨와 함께 미국 버지니아에 머물렀다. 서씨는 시댁의 가족들과 저작권 소송을 벌였는데, 법원은 2008년 6월 29일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등 4개 음반과 앞으로 제작될 음반 저작권은 아내 서씨와 딸에게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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