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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위험하니 안줘도 된다?' 엇갈리는 통상임금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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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인정받고도 소송마다 지급 여부는 제각각
-이유는 '경영상의 위험'과 신의칙 적용 여부
-일부 사용자 통상임금 외 소송에도 신의칙 주장…법원 받아들이지 않아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경영상 어려움'을 통상임금 판단의 기준 중 하나로 내세운 이후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리고 있다. 경영 상황에 대한 판단 자체도 어렵지만,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기준의 모호성이 법원이나 판사의 판단을 나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계와 노동계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통상임금 판단에서 법원이 중요한 판례로 삼는 모델은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양승태 대법원장) 판결이다. 당시 대법원은 정기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통상임금은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임금산정기간에 지급하기로 약정한 고정급 임금이다.

대법원은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고 합의했더라도 이는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통상임금 제외 합의가 무효가 된다고 해도 근로자들이 추가임금으로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대법원은 "사용자 측의 예기치 못한 과도한 재정적 지출을 부담토록 해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을 경우에는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춰 용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근로자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경영상 어려움'을 판단 요소로 삼으면서 사용자 보호도 고려하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문제는 대법원이 판단 기준 중 하나로 삼은 '경영상 어려움'을 놓고 노사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불씨를 남겨놓았다는 점이다. 대법원이 당시 통상임금 기준을 제시한 이후 각급 법원은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최근 소송에서는 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13일 아시아나항공 비행기 조종사들이 정기상여금과 기본수당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통상임금을 포함해 법정수당을 산정하면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달리 같은 날 대전고법은 버스 운전기사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관련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통상임금 인정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근속수당ㆍ승무수당의 통상임금 인정에 따른 추가 금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두 개의 소송이 엇갈린 결과로 이어진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 적용되거나 기각됐기 때문이다. 신의칙이란 서로 신의를 깨서는 안된다는 민법상의 원칙을 의미한다. 임금 소송에서는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모호한 기준에 따라 신의칙 판단이 달라진다.

일부 사용자는 통상임금 이외 소송에서도 신의칙을 내세우는 경우도 있다. 법원은 통상임금이 아닌 다른 소송에서는 신의칙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는 추세다. 대구지법은 택시 운전기사들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협약이 불합리하다며 차액을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근로자의 임금 지급 차액 청구를 받아들이면 기업에 갑자기 손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신의칙을 적용해달라는 회사의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신의칙을 경영상 손해 발생으로 판단할 경우 자칫하면 근로자의 임금지급청구권 존재 여부가 아니라 기업의 경영상태나 재무구조, 수익구조의 건전성 여부가 임금청구사건의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이 경우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 본래 취지가 몰각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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