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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비전]부패 없는 사회를 두려워 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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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광 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김 광 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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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사회에서는 청렴하게 살기 어렵다. 반대로 청렴한 사회에서는 부패하게 살기 어렵다. 물고기가 땅에서 살 수 없듯이, 부패가 만연한 사회에 익숙한 사람은 청렴한 사회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공무원과 업무적으로 만난 회사원이 함께 식사를 하고 각자 비용을 지출하는 나라가 있다. 이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부패한 사회에 익숙하기 때문이 아닌가. 스승에게 촌지를 주지 않아 우리 아이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을까 염려한다면 부패 없는 사회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가.

부패는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물질적 혹은 사회적 이득을 취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부패 척결을 위한 경제적ㆍ법제적ㆍ사회적 논의가 있다. 그러나 사실 정의에 입각해 논의조차 필요 없다. 부패는 불법적이고 부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부패를 제거하고자 하는 제도를 도입했을 때 미치는 경제적 파급영향을 논의한다 해도 부패는 사라져 마땅한 것이다. 부패는 공공투자와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을 왜곡시키거나 민간의 투자 활력을 저하시킨다.
청렴한 사람이 청렴하게 살기 어려운 사회인가. 부패 없는 사회를 두려워하는 사회인가. 우리나라의 부패 수준은 높은 수준이다.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매년 발표하는 청렴도지표로 보면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뒤처져 있다. 청렴도지수가 상위 5위 내에 있는 국가들은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스위스 등으로 세계 최고의 선진국들이다. 17위인 미국이나 15위 일본, 17위 홍콩 등도 우리나라보다 청렴도가 높다. 반면 우리나라는 43위로 청렴도지수가 55포인트에 불과하다. 국가의 부패 수준이 낮을수록 그 국가의 경제 수준은 높아짐을 시사해 준다.

최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 시행령 기준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화훼산업이나 농축산업계의 경우 선물 수요가 크게 줄 것을 우려한다. 주요 경제계는 식사와 경조사비 기준이 비현실적이고 기준액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기적인 내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공직자 접대를 제한함에 따라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충격을 받을 것을 걱정하고, 명절 선물 등을 제한함에 따라 농축산업계는 수요가 크게 줄 것을 우려한다. 부패가 만연한 사회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부패는 불법이요, 부당이다. 부당하게 이익을 영위했다면 제재를 받는 것이 적합하다. 다시, 부패는 논의의 대상이 아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 사회 전체적으로는 효용이 높아지는 반면 특정 집단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가 전체의 효용은 높아지지만 특정 산업에서는 피해가 돌아간다. 이때 논의할 것은 FTA를 체결할 것이냐 아니냐가 아니다. FTA는 체결하되, 이로부터 높아진 효용을 피해가 돌아간 산업과 어떻게 공유할 것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쓰레기 매립장을 추가로 개설해야 한다고 할 때 국가 전체의 효용은 높아지지만 특정 지역은 피해를 면치 못한다. 이때 논의할 것은 쓰레기 매립장을 개설할지 말지가 아니라 개설하되 피해가 돌아갈 지역에 충분한 수준의 보상을 어떻게 하느냐인 것이다.
선물 수요가 줄게 되면서 특정산업의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 특정 산업은 고충을 겪을지 모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청렴화라는 큰 효용을 얻는다. 그 증가된 효용을 고충을 겪는 산업과 공유할 방법을 고민할 시점이다. 기업들이 절감한 선물 등의 접대비를 고스란히 사내 직원들에게 전달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 김영란법 도입으로 절약한 기업의 비용을 사회약자에게 돌리는 사회공헌활동을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결국 선물 수요는 줄지 않을 수 있다. 부패한 선물 수요는 줄어도, 청렴한 선물 수요가 늘 기 때문이다. 부패는 사라지고, 경제가 견실하게 선순환하는 구조를 이룰 수 있다.

김 광 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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