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공무원연금개혁을 추진하면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였다. 약속은 뒤집기 일쑤였고 합의는 헌신짝처럼 내팽겨쳤다. 협상 과정에서는 꼼수만 부렸다. 강력한 구조개혁 약속은 '합의 우선'에 밀리면서 숫자만 바꾸는 모수개혁으로 약해졌다. 그나마 합의된 개혁안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라는 이슈에 발목이 잡혔다. 여야는 4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6일 본회의를 앞두고 '50% 명기'를 부칙으로 하냐, 서류 첨부로 하냐를 놓고 반나절을 허송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말에는 시한이 끝난 공무원연금대타협기구의 이름을 바꿔 연장시키는 꼼수도 나왔다. 여야 모두에서 "원칙없는 리더십이 협상을 망쳤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중심을 잡고 일관된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십이 전무한 탓이다.
공무원연금개혁 과정은 정치권의 혼란스런 리더십을 드러낸 단면에 불과하다. 시급한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공무원연금개혁과 연계해 통과시키지 않은 정치권의 대응은 실망을 넘어 참담한 수준이다.
대한민국호(號)의 선장인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법안 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회에 협조를 당부했지만 통과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등한시했다. 필요하면 야당지도자를 직접 만나 협조를 구할 수 있지만 지난 3월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 이후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부처에 국회를 설득하라고 독려할 뿐이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갈등이슈에 직접 발을 담그지 않고 '문제가 있어 보이네요' 등 3자적 품평화법을 구사하며 통합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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