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전자, 금융 등 전 계열사가 작년부터 만 55세 정년을 60세로 연장하고 56세부터 매년 10%씩 임금을 줄이기로 했다. 작년 2월 삼성전자가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 계획을 밝힌 이후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들이 노사협의회를 열어 동일한 조건의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해 6월에는 삼성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에버랜드와 삼성테크 등도 동참했다.
SK그룹도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SK C&C 등 주요 계열사가 정년을 60세로 늘렸다. SK텔레콤은 59세부터, SK하이닉스는 58세부터 매년 전년 연봉 기준 10% 감액하는 방식을 도입 중이다. GS그룹의 경우 GS칼텍스와 GS에너지는 만 58세부터 임금피크제가 도입돼 직전 연봉의 80%가 지급되며 GS홈쇼핑은 만 55세에 직전 연봉의 90%가 지급되고 매년 10%씩 줄어든다.
포스코는 2011년부터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으며 만 52세부터 56세까지는 임금이 동결되고 57세는 이전 임금의 90%, 58세부터는 80%가 지급된다.
금융권은 2000년대 중반부터 우리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며 최근 카드, 보험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논의 중이다. 외국계은행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임금단체협상을 진행 중이다. 수협은행은 올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58세부터 60세까지 3년간 직전 연봉 총액의 200%를 지급받는다.
카드 업계에서는 KB국민카드가 지난달 업계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만 55세부터 연봉을 직전 연봉의 50%로 삭감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60세까지 정년을 연장해준다. 삼성카드는 만 55세 이상 직원이 대상이며 만 60세 정년까지 10%씩 임금을 줄여 나가는 방식이다. 신한ㆍ하나카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국내 최대 규모 사업장인 현대기아차의 경우 임금체계 개편 논의과정에 통상임금 적용을 놓고 노사 간에 이견이 커 합의도출이 쉽지 않다. 현대차그룹 14개 계열사 노조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달라는 요구를 하며 공동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비롯한 적지 않은 기업은 아직까지 별다른 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상의가 1월 26∼29일 국내기업 300개사(대기업132개사, 중소기업 168개사)를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를 조사한 결과, 법개정 전후 도입한 기업은 대기업(28.3%)에 비해 중소기업(9.6%)이 낮았다. 조만간 도입계획도 대기업(44.7%), 중소기업(23.2%) 차지를 보였고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중소기업(39.3%)은 대기업(13.6%)의 3배에 육박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고 정년 60세가 될 경우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고 판단했다.
정년 60세 대비를 조사한 결과, 준비가 안 돼있다는 비율도 대기업(51%), 중소기업(55%) 모두 절반이 넘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된 비율은 대기업이 30%, 중소기업은 20%에 그쳤다.
김인석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정년 60세를 법제화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하지 않아 기업마다 근로자에게 임금피크제 도입 관련 양보를 얻어내고 실질적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았다"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확산을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편을 근로자와의 '성실한 합의'만으로 가능하도록 개선할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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