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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겨울 산천어로 뜬 화천…봄빛으로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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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의 봄날, 두 발로 느릿느릿 걸으면 봄도 더디 가려나

북한강 100리 산소(O2)길' 중 '숲으로 다리'는 두 발로 뚜벅뚜벅 강을 따라 걸어도 좋고 자전거로 쌩쌩 달려도 좋은 곳이다. 나무로 뒤덮인 산을 반사한 탓인지 다리에서 바라본 북한강은 연둣빛이다. 그래서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온통 연두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 상쾌하다.

북한강 100리 산소(O2)길' 중 '숲으로 다리'는 두 발로 뚜벅뚜벅 강을 따라 걸어도 좋고 자전거로 쌩쌩 달려도 좋은 곳이다. 나무로 뒤덮인 산을 반사한 탓인지 다리에서 바라본 북한강은 연둣빛이다. 그래서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온통 연두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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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의 호수 파로호, 그곳에도 봄이 피어오르고 있다.

아픔의 호수 파로호, 그곳에도 봄이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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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산천어로 유명한 고장이 있습니다. 잘 키운 축제 하나 때문에 일약 전국적인 여행 목적지로 자리 잡은 곳이지요. 바로 강원도 화천입니다. 아득한 산고개를 굽이굽이 셀 수 없이 넘어서고 고불고불 흙먼지 날리며 가야 했던 곳. 비무장지대(DMZ)와 민간인 통제구역을 품은 고립되고 통제된 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화천으로 가는 길은 넓은 직선로가 시원하게 열리고 수도권에선 하루여행지로 거뜬합니다. 그럼 산천어를 뺀 화천은 무엇으로 여행객을 부를까요. 이름만 들어도 청명하고 상쾌한 바람이 느껴지는 '북한강 100리 산소길'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두 발로 뚜벅뚜벅 강을 따라 걸어도 좋고 자전거로 쌩쌩 달려도 좋은 곳입니다. 지금은 덜하지만 한때 오지(奧地) 중의 오지로 불린 비수구미마을과 아픔의 호수 파로호 물길여행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한국수달연구센터도 있습니다. 부상을 입거나 어미가 죽어 고립된 새끼 수달 등을 치료하고 연구하는 자연 생태체험장입니다. 울긋불긋 화려한 이 봄날이 가기 전 화천 어떠신가요.

◇두 발로 뚜벅, 두 바퀴로 쌩쌩 산소길은 유쾌·상쾌·통쾌
화천은 '산소길'을 걷는 것으로 시작한다. 길이가 40㎞에 달해 하루 만에 걷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산소길의 백미인 '숲으로 다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설가 김훈씨가 직접 '숲으로 다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화천강을 가로지르는 통통다리에서 시작해 물위에 설치한 1.2㎞ 길이의 푼툰다리를 따라 원시림 상태로 보존된 흙길을 걷는 총 2.2㎞의 길이다.
한 라이더가 초록이 가득한 산소길을 달리고 있다

한 라이더가 초록이 가득한 산소길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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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기운을 머금은 숲을 따라 물위에 자리한 다리로 내려선다. 수채화 같은 화천의 비경 속으로 빠져드는 순간이다. 북한강 물줄기와 연둣빛에서 초록빛을 더해가는 산을 이토록 진하게 담을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숲으로 다리는 오르막 없이 시종일관 평탄한 길이라 유쾌하다. 나란히 흐르는 북한강은 나무로 뒤덮인 산을 반사한 탓인지 연둣빛이다. 그래서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온통 연두색 물감을 뿌려놓은 듯 상쾌하다.

강 위에 놓인 다리는 인공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게다가 사람도 많지 않아서 느릿느릿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다. 물빛에 취해 사부작사부작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 아래서 찰랑거리는 물의 흔들림이 찌릿하고 물 오른 봄산을 눈으로 즐기노라면 어느새 마음은 통쾌하다.

봄날 이른 아침에 산소길에 들면 기온차로 인해 피어오른 물안개로 몽환적 풍경을 만나고 해질녘에는 북한강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아름다운 일몰도 함께한다.
노을지고 있는 '숲으로 다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

노을지고 있는 '숲으로 다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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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에 이르는 산소길을 다 둘러보기엔 자전거 투어가 좋다. 자전거길은 원시림을 관통해 가는 숲속길과 물길, 물안개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수변길, 연꽃길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특히 수상길은 강 위로 자전거가 지나가 북한강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어 좋다. 바퀴 아래서 찰랑거리는 흔들림만이 이곳이 물위라는 것을 전해준다. 바람소리, 물소리를 벗 삼아 떠나는 구름위 산책이 따로 없다.
◇수달, 남북 철조망을 오가는 생태계의 메신저
"효주야~". 한국수달연구센터 연구원이 수달을 부른다. 귀를 살짝 의심했다. 분명 수달을 부르는 것이건만 낯익은 이름이다. 잠시 후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수달 한 마리가 수달사에서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연구원을 발견한 수달이 장난을 건다.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수달 '효주'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서 보호받고 있는 수달 '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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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달은 한 마리 한 마리마다 이름이 있다. 연구원의 입에서 불리는 이름은 이렇다. 효주를 비롯해 (한)지민, (정)우성, (이)보영…. 모두 연예인에서 이름을 딴 듯한데 연구원은 '수달은 성(姓)이 없고 이름만 부르고 있다'며 짐짓 딴청이다.

파로호를 끼고 있는 화천 간동면 방천리에는 아시아 최초로 건립된 한국수달연구센터가 있다.

2005년 한성용 박사가 문화관광부의 협조를 얻어 한국수달보호협회를 개관했다. 2013년에는 파로호 인근으로 옮겨 수달의 보존과 연구, 증식을 목적으로 한국수달연구센터로 재개관했다.

센터에는 다치거나 어미를 잃어 구조된 수달 10마리가 보호를 받고 있다. 센터로 온 수달은 야생적응기간을 거쳐 자연으로 돌려보내게 된다. 그러나 야생적응에 실패한 수달은 번식을 목적으로 수달사에서 생활하며 체험객들과 함께한다.

당진에서 발견된 '효주'가 딱 그런 경우다. 유난히 사람들을 좋아하고 잘 따른 '효주'의 성격 때문. 하지만 이렇게 야생적응을 하지 못한 경우는 드물다. 센터에서는 자연과 똑같은 생태환경을 조성해 수달에 야생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수달은 족제비과 동물로 전 세계적으로 총 13종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유라시아수달 한 종만 서식한다. 우리나라는 1982년 천연기념물 330호로 지정하고 멸종위기종 1등급으로 보호하고 있다.
화천의 봄은 한창 짙어가고 있다

화천의 봄은 한창 짙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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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화천군 DMZ 일대의 수달 조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수달들이 DMZ를 넘어 북한을 드나드는지가 연구원들의 관심사다.

김형후 한국수달연구센터 연구원은 "수달은 북한강의 물길을 따라 남과 북의 철조망을 넘나드는 유일한 중대형 육상동물"이라고 말했다. 수달들은 대견하게도 철조망으로 끊기고만 남북 간의 유전교류의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선을 긋고 갈라져서 살아오던 반세기 동안 동물들은 경계를 넘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비수구미 한뼘길과 파로호 뱃길을 누비다
해산을 가로질러 호랑이가 나왔다는 아흔아홉 굽잇길을 지나면 파로호 상류 쪽의 비수구미마을이다. 마을은 화천댐이 생기면서부터 육로가 막혀 오지 중의 오지가 돼 '육지 속의 섬마을'이라 불리기도 했다. 비수구미는 한국전쟁 직후 피난 온 사람들이 정착해 화전밭을 일구며 살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 한때는 100가구가 살았던 때도 있었지만 1970년대부터 하나둘 도시로 빠져나가고 이제는 단 세 가구만이 산다. 이들 집은 민박하거나 산채비빔밥 등을 팔기도 한다.
북산강변에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북산강변에 새벽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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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비포장 찻길이 난 데다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오지의 맛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오지의 적막함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기 딱 좋다. 하지만 마을에서 물길을 따라 조금 더 가면 도보길인 '한뼘길' 나온다. 옛 비수구미 오지 트레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길을 걷다 보면 관광지화된 지금의 비수구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오지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길을 파로호를 왼쪽으로 바라보며 걷는다. 비포장 산길을 따라 길옆으로 각종 야생화와 산나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파로호 유람선 여행도 할 수 있다. 파로호 선착장에서 물빛누리호를 타고 왕복 세 시간 정도 유람선 여행을 즐긴다.

잔잔한 물결 위로 작은 섬들의 반영이 드리운 파로호는 고즈넉하고 평온한 풍경을 자아낸다. 구만리 물길을 벗어 난 물빛누리호의 뱃전에서는 알록달록 꽃대궐을 이룬 해산과 월명봉이 펼치는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난다. 오랜 가뭄으로 수위는 낮아져 곳곳에 물이 빠진 흙의 경계가 보기 흉한 게 아쉽다.
파로호 물빛누리호를 타고 지나는 곳마다 봄이 익어가고 있다.

파로호 물빛누리호를 타고 지나는 곳마다 봄이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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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을 넘게 파로호를 달리던 물빛누리호가 거대한 은빛 돌벽을 마주하곤 서서히 엔진 소리를 재운다. 파로호의 물길을 멈추게 한 곳은 '평화의 댐'이다. 북한의 임남댐 붕괴 시 일어날 수 있는 수해를 막기 위해 건설된 댐이다.

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비목공원도 있고, 세계 평화의 종도 있다. 세계 평화의 종은 30여개 분쟁지역의 탄피를 모아 만들었다.

파로호에서 평화의 댐까지 물빛누리호를 타고 가다보면 인공부초섬, 두류봉, 다람쥐섬, 수동분교캠핑장, 함뼘길 등을 볼 수 있다. 관광해설사 및 선장으로부터 각 코스별 특색 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화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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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 길=
수도권에서 가면 경춘고속도로 춘천나들목으로 나간다. 46번 국도를 따라 소양 6교를 건너 간척사거리까지 가서 화천 오음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오음사거리에서 간동면사무소와 파로호관광지를 지나 대붕교를 건너면 화천읍이다.

▲먹거리= 화천읍 대이리의 평양막국수(033-442-1112)는 새큼한 닭육수에 닭고기를 찢어 넣고 먹다가 막국수를 말아 먹는 초계탕(사진)이 유명하다. 파로호 선착장 가는 길목인 간동면에 있는 화천어죽탕(033-442-5544)은 잡고기를 갈아 야채와 끓여내는데 담백하고 깊은 맛을 풍긴다. 대이리의 콩사랑(033-442-2114)은 콩요리 정식, 모듬보쌈 등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볼거리= 산천시티투어(033-440-2575)를 이용하면 화천의 명소를 알뜰하게 둘러볼 수 있다. 특히 민통선 내에 있는 안동철교와 양의대를 지나 평화의 댐으로 가는 코스도 있다. 칠성전망대 관람은 산서면 산양리에 있는 '산양리 장병면회안내소'에서 당일 신청 가능하다.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30분과 오후 12시30·2시30분에 입장한다. 신분증 지참.
양의대 습지

양의대 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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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과 빼어난 절경을 이룬 만산동계곡은 가족나들이로 좋다. 인근 산에는 금강산에서 날아왔다는 비래바위가 눈길을 끈다. 화악산에서 시작해 춘천호로 흘러드는 용담계곡은 깊고 아름답다. 화천군 광덕산 정상에 국내에서 별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천문대가 있다. 이른바 '하늘 아래 첫 천문대'로 불리는 조경철천문대다.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알고 가자= 한국수달연구센터 개관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계절별로 달라짐)까지며 수달관찰 가능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수달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시간은 오후 3시~7시쯤이다.(033-441-9798)

파로호 물빛누리호 운항시간은 파로호 선착장에서 오전 9시와 오후 1시30분에 출발, 평화의 댐에서는 오전 10시30분과 오후 3시 출발한다.(033-440-2732~3ㆍ440-2575)
비수구미마을 옛 수동분교터에 조성한 오지 캠핑장 '에코스쿨'이 있다. 오지캠핑장이라고 하지만 전기는 물론이고 따뜻한 물까지 나오는 쾌적한 캠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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