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CEO'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의 '대중교통론', '주식투자론'
잘 나가는 월가의 펀드매니저를 거쳐 국내 자산운용사 대표로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이런 선입견을 여지없이 깬다. 그는 개인차도, 법인차도 타지 않는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요즘 그가 주로 하는 일은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대중교통론'과 '주식투자론'을 퍼뜨리는 것이다. 스타벅스 커피값, 기름값을 아껴 행복한 노후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가 말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맥주 마시는 데 쓸 돈으로 맥주 회사 주식을 사면 된다. 저녁마다 휴일마다 식당과 술집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내 돈을 불려주는데 이것만큼 즐겁고 신나는 일이 어디에 있겠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적어도 매달 월급의 5~10%는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없어도 되는 돈을 주식에 붓고 10년간 없는 돈 셈 치라'는 얘기다. 이 기본만 잘 지키면 누구나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2006년에는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함께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인 '장하성 펀드'를 만들어 각계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최근엔 펀드 운용보다는 사람들을 만나 투자를 당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드림팀'인 더 코리아펀드 팀이 있는 데다 주식은 한 번 사면 10년 이상 묵혀 둬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 단기적으로 종목을 사고 파는 데 시간을 들일 필요도 없다.
덕분에 지난해 그가 만난 사람도 5000명에 달한다. 대학생, 주부, 직장인, 투자자 등 다양하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1시간 가까이 입이 마르도록 주식투자를 당부한다. 물론 얘기를 들을 땐 고개를 끄덕이다가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사람들도 많다. 맥이 빠질만도 하지만 주식 투자 전도사 역할은 그에겐 사명이 됐다. 특히 주식투자를 '투기'나 '한탕주의'로 여기고 기피하는 한국인들을 보면 월스트리트의 잘 나가는 펀드 매니저를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온 게 정말 잘한 일이라고 몇 번이나 절감한다.
요즘엔 작정하고 '독설가'로 변신했다. 대놓고 "늙어서 거지가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주식에 투자하라"고 말하고 다닌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불쌍한' 노후를 보낼 게 불 보듯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라면 더 자극적이고 더 충격적인 말도 서슴지 않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존 리 대표는 오늘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한다. "아직도 주식 투자 안하세요? 나이 들어 손주 용돈 주기, 크루즈 여행은 커녕 거지 꼴을 못면합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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